[최우수상] 지상의 봄 / 허민
애인은 현충원에 가자고 했다
그곳이야말로 진지하고 고요하게 봄꽃의 깃털들이 지상을 떠나기 위한 비상을 준비할 거라고
하얗고 붉은 봄꽃들이 비문 앞에서 흩날리고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생을 슬프게 이륙하는 것일까
깔깔거리는 연인들의 웃음처럼 또 다른 의미로 새롭게 피어나는 걸까
많구나
살아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그보다 더 많이 누워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여기에 있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 같은
보이지 않는 지난 계절들
그건, 참 이름이 없어서
여기에 쓰인 죽음들의 문장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시의 행간들처럼
산 자들의 호흡처럼
떨어지는 꽃나무 가지 사이사이의 허공
애인은 고개를 숙인 채 꽃잎을 밟지 않았네
저들이 너무 슬퍼서 너를 사랑해
셀 수 없는 사연과 사연이 있을 텐데
그들의 나이와 나이를 합하고 그들의 잊혀진 시간들을 모두 합하고 보니
우리는 잠시 찰나가 되어
이곳의 꽃나무들이 다른 어떤 땅위의 생명보다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무얼까
현충원을 찾는 상춘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웃음을 떠들고 저들만의 방식으로
죽음보다 고마운 삶의 여러 방향들을 추모할 때
애인은 꽃잎으로 덮인 아름다운 봄의 비석들 앞에서 한 편의 시를 끄적이네
- 봄에도 눈이 오는 그 언덕 길
누군가는 끊어진 삶을 오열하며
걸어갔을 그 길 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파도처럼 부서진다
이제 한 줄의 비문으로 남은 그의 삶이 그저 액자 속 정물처럼 심상해졌기에
산 자는 그 언덕 어디메서 울음처럼 실려 오는 꽃비를 맞는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이 계절처럼 아름답고 어린 내 인생의 간절기를 본다
짧아서 아름답다는 그 명제가
이 휘어진 능수 벚꽃 가지처럼 내 마음을 꺾는대도
오늘은 웃는다
너와 맞이한 첫 봄이다-
당신과
당신들을 맞이한 나의 첫,
봄이다
'국내 문학상 > 보훈문예공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보훈문예공모 당선작 (0) | 2018.07.23 |
---|---|
2016 보훈문예공모 당선작 (0) | 2018.07.23 |
[스크랩] [2014 보훈문예작품공모전 시부문 당선작] 이태학 외 (0) | 2014.09.13 |
제17회 보훈문예공모전 장려상 (0) | 2014.04.27 |
제17회 보훈문예 일반부 우수상 (0) | 2013.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