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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흉터 / 신진련
빗장 닫힌 아랫배는 문이었다
찬바람 불면
첫딸의 흔적에서
봉합되지 못한 어머니의 음성이 삐걱거렸다
돈 들여 배를 쨌는데 겨우 딸이냐
여자가 여자를 낳은 자리는 왜 이리 아물지 않는지
딸아이가 품에 안길 때마다
닳아버린 나무 대문을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감추고 살아온 문틈에서 시린 소리가 났다
슬그머니 아랫배를 쓸어본다
울퉁불퉁 문턱만 남아 있는
아이가 나온 자리
손바닥으로
오래전 첫 울음소리를 가만가만 읽는다
아들을 낳고서야 용서받은
한때 문이었던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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