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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사계김장생문학상 당선작


1. 대상 : 수필집 <그릇> 김윤선

2. 본상

    - 운문부문

      시 <구운몽> 김태영

      시조 <나의 문학> 김선희

3. 당선자 개별통보, 통장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시상식 일정은 별도 통보하겠습니다.






구운몽 / 김태영


정류장에서 버스 속 세상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하는 찰나

두 세상의 마찰로 인해

잠시 벌어진 시간의 틈새

버스 속 세상은 초시계 한 바퀴에

일 년의 세월이 흐른다

등에 유통기한이 찍힌 걸 잠시 잊은

슬픈 숙명의 승객 아홉 명을 태우고

꼬불꼬불 위험한 고갯길을 지나

버스는 종점을 향해 달린다

순간 저승사자로 변신하는 운전기사

어찌된 일인지 아무도 어디에서 버스를 탔는지

어디에 내려야 하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어느 한 청년은 앞쪽에 앉아 있는

섹시한 여자의 치마 속에

자신의 솟구친 거기를 넣는 상상에 빠지고

여중생은 핸드폰을 들고서 깔깔깔 웃으며

누군가와의 대화를 지역방송처럼 생중계한다

백발의 할아버지는 피곤하신지 주무시고

어린 꼬마 둘은 바깥 풍경이 신기한지

자꾸만 창밖을 바라본다

아주머니는 야채 가득 담은 장바구니를 옆에 두었다

낮술을 한잔 하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하는

얼룩무늬 바지의 막노가다 아저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나는 가장 높은 맨 뒷좌석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본다

무심코 누른 빨간색 정지 버튼 하나

이건 내리면 위험하다는 죽음의 신호인가?

동시에 같은 모양의 또 다른 버튼 여덟 개가

온 몸을 뜨겁게 불태우며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예전에 이미 살해당해 목소리만 남긴

어느 미인이 안내방송을 한다

관문이 다시 열리고 백발의 내가 내린다

발이 땅에 닿자 다시 청년으로 돌아온다

정류장에 있던 내가 버스 속 세상의 나를 꿈 꾼인지

버스 속 세상의 내가 정류장에 있던 나를 꾼 꿈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의 문학 / 김선희


숨 쉬듯 자는 듯이 붓을 든 마음

사람을 사랑하는 인내였나.


즈믄해가 그리워 그리다보면

어느새 산사람의 흔적처럼

한 가닥의 울타리가 생긴다.


숨 쉬듯 자는 듯이 한 귀절을 담은 마음

사람을 기르라고

감동이라 불렀나

삶으로 느끼라 문학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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