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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이섬 씨 등 4개 부문, 4명 당선 


(사)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는 올해『사계 김장생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조선시대 후기의 대학자인 예학의 종장 사계 김장생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문학정신을 널리 기리는데 그 취지를 두고 있는 이 상은 올해로 네 번째에 접어들었다. 이번 상의 대상은 이 섬(시집 『초록, 향기 나는 소리』), 본상 시부문은 김영민(시 「열아홉 부근」), 시조부문은 송옥선(시 「옷을 꿰매며」), 산문부문은 윤영선( 동화 「비 오던 날」) 씨가 각각 차지했다. 본 상 당선자에게는 월간 《문학세계》 등단 자격이 부여된다.


당선자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 이 섬

<국민일보> 주관 국민문학상 시부문 당선. 기독교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누군가 나를 연다』 『향기 나는 소리』 『초록빛 입맞춤』 『사랑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초록, 향기 나는 소리』, 에세이 『보통 사람들의 진수성찬』 『외갓집 편지』, 사화집 『25인 선집』 『빛의 성』 외  다수.


■ 김영민

과천여자고등학교 3년 재학 중. 전태일 청소년문학상 대상, 국립공원 시인마을 전국 문예작품 공모 입선, 대구대 고교생 문예공모 우수상, 박재삼 청소년문학상 수상, 아주대 공모전 우수상 외 다수 수상.


■ 송옥선

전주 출생.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와 의식』 시부문 등단. 가사문학관 주최 시조공모 최우수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우수상,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월장원 2회, 안델센작품상 동화부문 최우수상 수상. 시집 『분실물코너』.


■ 윤영선

충북 제천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아동문학 전공. 치유상담원 <생각과 마음>, <어린이 책 작가교실>에서 상담 공부 및 글 공부함.


제4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당선작품





□ 대상 : 초록, 향기 나는 소리(시집) 대표 시


꽃밥 / 이 섬


비빔밥 위에 살포시 얹힌

빨갛고 노란 빛깔의 허브꽃

마음을 가라앉히고 근심을 덜게 한다는

꽃밥을 먹어보셨는지요?

꽃대궁에서 방금 따온 연노랑의 꽃잎과 꽃술

아직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꽃숭어리

차마 수저로 으깰 수가 없어

살살 젓가락으로 저어 주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폈다 감았다 하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입안 가득히 향그러움의 잎맥과 씨앗들이 씹히는데

꽃의 살내음이 여리고 보드랍다

허기진 내 안에서 무심한 내 안에서

희망의 꽃물이 번질 것만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어

밥이 되고 싶어

마음도 생각도 가라앉혀 주고 염려도 덮어 주는

꽃밥이 되고 싶어.    




□ 본상 : 운문부문 대표 시


열아홉 부근 / 김영민


 독서실 가는 길, 바람이 허공을 흔들고 뺨 위로 달라붙는다 얼얼하다 도로변에 주차해있던 생선차에서 비린내가 길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어지럽다 MP3에서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흐리멍텅하다 잠을 설친 탓이다 어제 갔던 길을 되짚어 갈 뿐 모든 것이 낯설다 과천약국, 이삭토스트, LG텔레콤을 지나 버스를 기다리는 교복들과 마주친다 모두들 감각을 잃은 채 표정 없이 후줄근히 서 있다 던킨도너츠, 왕자포토, 헤어공작소, 오씨엘, 간판들이 시선을 어지럽힌다 정부청사역에서 쏟아져오는 사람들을 비집고 신호등 앞에 선다 파란 불이 문득 빨간 눈을 치켜뜬다 축 쳐진 플라타너스잎이 길바닥에 나뒹군다 제일쇼핑으로 들어가 승강기 버튼을 누른다 줄줄이 숫자들이 흘러내린다 독서실 앞에서 피곤에 겨운 친구와 눈인사만 나눈다


 자리를 찾아 스탠드를 켠다 오늘따라 불빛이 창백하다 메가스터디 외국어 1000제, 인터넷수능 비문학을 꺼내든다 어느새 양옆에서 들리는 서걱서걱 거리는 연필소리 그래,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나는 열아홉 수능생이다, 수능생!




□ 본상 : 운문부문 대표 시조


옷을 꿰매며 / 송옥선


옷을 꿰맨다, 지난날 바늘에 찔린 상처

아팠던 기억을 묻고 걸어온 시간 그만큼

닳아진 옷 솔기들을 한 땀 한 땀 깁는다.


덧대고 꿰맨 자리는 옷의 훈장이다

추위와 바람 앞에 당당하게 맞서던 것

때로는 삶의 밑바닥을 차고 오르던 것

들춰보면 옷 속 깊이 난 상처가 보인다

깁고 또 기워도 숭숭 바람이 들던 날들

불면의 밤을 잇다가 속 쓰린 새벽을 맞이하던.


그 올실 꿰면 닳아진 영혼도 기워질까?

채우려 애쓸수록 공허해지는 가슴복판에

한조각 순수를 덧대어 영혼의 실금 꿰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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