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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그만큼 삶의 깊이 우려내(대상)

예심위원의 손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시집을 모두 다섯 권이었다. <자라>, <교우록>, <함박나무 가지에 걸린 봄날>, <누님 동행>,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 등이 제3회 김장생 문학상 대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들 시집은 남다른 저력과 저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시 문법(詩 文法)을 지니고 있었으며, 다채로운 언어풍경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함박눈가지에 걸린 봄날>과 <교우록>, 그리고 <누님 동행>은 특히 눈길을 붙잡았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통해 삶의 오묘한 질서와 우주적 본성을 깨우치게 하는 <함박나무가지에 걸린 봄날>는 ‘자연의 섭리와 원리에 순응하는 세계’를 일깨워주고 있다.
‘비극을 말하되 비관에 빠지지 않고, 허무를 말하되 허망하지 않고, 성스러움을 뒤집지만 그것의 영광을 아예 박탈하지 않고, 자연의 비의를 말하면서 인간의 문명을 거기에 대립시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교우록>은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삶의 이면이 그 속에 담겨 있어 뒤늦게 우리를 소스라치게 한다’는 평론가의 지적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시집에 수록돼 있는 여러 시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물과 풍경 속에서 시적 오브제를 끌어낸 <누님 동행>은 자연 사물을 통하여 발견하는 생의 이법(理法)을 보여주면서, 오염되지 않은 무공해의 바다와 같은 풋풋한 정취를 느끼게 하였다.
앞에 소개한 ‘다채로운 언어 풍경’을 펼친 대상 후보 시집들 가운데서 최종적으로 신필영 시인의 <누님 동행>을 제3회 김장생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사계 김장생 선생이 누구인가?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간 지어내니/ 반간은 청풍이요 반간은 명월이라/ 강산을 드릴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고 노래한 조선 중기 시조시인이며 정치가이자 예학 사상가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김장생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이 상의 취지와 목적에 합당한 시조시인 신필영의 <누님 동행>을 대상 수상작으로 뽑은 것이다.
좋은 문학은 자기가 살아온 그만큼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신필영 시인은 20년이 넘는 시력(詩歷)을 쌓아오면서 비교적 단아하고 깊이 있는 시조 작품을 발표해온 중진이다. 그는 시조시의 엄정한 정형 율격을 고수하는 시인이다. 자연 사물과의 교응(交應)을 통한 삶의 원리를 제시하면서, 언어적 완결성을 지향하는 단아한 서정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시인이다. 외중내졸(外重內拙). 밖을 중시하면 속이 졸렬해진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형식을 중시하면 내용이 치졸해진다는 뜻인데 그의 시는 그것을 절묘하게 극복해내고 있다. 시인은 이미 클리셰(cliche․진부한 표현)의 영역이 돼버린 시 문법을 멀리한다. 시인은 꽃샘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2월에 <비껴든/ 예각의 햇살>이 <끌로 다듬는 가지>에서 <빈 말들>이 지워지는 풍경과, 거기서 어김없이 새로운 <햇말의 시>가 싹트고 있는 순간을 발견하고 있다. ‘폭포 감상’ 시편에서는 <폭포>를 대쪽 같은 모습이나 날선 검(劍)으로 유추하기도 하고, 폭포가 오래 꿈꾸었을 <모반>의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오래 끌고 온 욕망>을 흘려버리고 <물기둥 안고 울부짖는 절벽 앞에> 서서 <유배지 같은 빈 산중>을 느끼고 있는 시인은, 폭포를 통해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반추하고 있기도 한다.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신필영 시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시조의 새 지평을 여는 동량(棟樑)이 되어 주기 바란다.



- 심사위원 : 윤금초 -

격조 높은 작품들의 투고로 질적 향상 계기 마련(본상)

올해에 치러진 제3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은 변화의 틀을 꾀했다. 특히 전국 지상백일장 형식에서 완전 탈바꿈하여,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문인에게는 창작의욕을 북돋은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참고적으로 말하면, 기존 방식의 문학상은 전국문예 공모전 형식으로 아마추어급 문예대전이었고, 올해부터 바뀐 제도는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여 문단에 기여할 수 있는 등단 기회 또한 부여한 매우 참신한 제도이다. 즉, 김장생 문학상(본상)에 당선된 신인 작가는 동시에 종합문예지인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는 영예가 주어진다.
그래서, 올해 투고작들의 수준은 신춘문예급 작품들로서 손색없는 작품들이 대거 응모되었다. 시(시조), 아동문학(동시, 동요, 동화), 수필, 소설 등이 두루 응모되었다. 운문 부문과 산문 부분으로 투고작들을 선발한다는 규정만 없어도 더 많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고 싶을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 즐비하였다.
우선, 운문(시, 시조, 동시, 동요) 부문에 응모된 작품들은 수준이 매우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어떤 작품을 본심에 올릴지, 즐거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작품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시와 동시가 운문의 장르로 본심에 올려졌다. 시 부문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옥빈의 <봄, 고향에 가면 그녀가 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동시 부문은 송정미의 <창호지를 바르며>가 또한 당선의 영예가 주어졌다. 이 작품도 역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그만큼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함께 투고된 작품들도 수준작들이 많았다.<빨래>같은 작품은 생활에서 건져 올려진 명품이었다. 그 외에도 최종심에 올려진 작품들은 소혜의 <쑥밥>과 임정빈의 <화척>, 황명희의 <노숙> 등이었다.
산문(수필, 동화, 소설) 부문에 응모된 작품들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엄정한 심사가 진행되었다. 수필이 상대적으로 많이 응모되었고, 투고된 작품의 수준도 역시 고르게 분포되었다는 평가가 주요하게 작용되어, 심사위원들의 열띤 논의 끝에 수필이 산문의 장르로 본심에 올려졌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영옥의 <괜찮은 선물>과 허지선의 <인연의 끈>, 이현주의 <행복한 자화상> 등이었다. 세 편 모두 제각기 목소리가 있는 개성있는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서 김영옥의 <괜찮은 선물>은 “감기”라는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소재를 내면화하는 과정이 무리없이 진행되었고, 또한 제목과 주제와의 상관성이 멋지게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 심사위원 전원이 수필의 당선작으로 뽑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함께 투고된 <세상에 튼튼한 뿌리 내리다> 같은 작품은 어느 문학상이나 신춘문예에 투고되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작이었다. 자웅을 겨뤘던 허지선의 <인연의 끈>은 기초가 탄탄한 작품으로, 이현주의 <행복한 자화상>은 이미지를 갈무리해나는 보법이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라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다.
권위있는 심사진에 의해 치러진 금년의 김장생 문학상은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별들을 탄생시켰다. 이는 매우 신선하고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당선된 작가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아깝게 탈락된 사람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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