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상자 발표
※ 대상
당선작품--시--[점자도서관에서] 외
※ 시부문(시, 시조, 동시)
* 금상--함국환
* 은상--정재형
* 동상--박성준
점자도서관에서 / 장세황(대상)
점자책 한권 펼치니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들이
모래알처럼 눈에서 쏟아졌다.
눈을 감고 한자 한자 더듬으니
샘물을 찾아나서는
텁텁한 낙타의 발자국 소리 들려왔다.
눈이 있지만 마음의 눈이
어두운 나는 오래도록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읽지 못했다.
온종일 내 열개의 손끝에
환한 촛불 켜지만
간신히 죽은 나무 피에 새겨진
풀벌레 소리 하나 만져졌다.
보이는 것에 익숙한 퇴화된 내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점자들 더듬더듬
읽을 때마다 바퀴벌레처럼 사라졌다.
글자부스러기 같은
모래알갱이 같은 점자들 날파리 떼처럼
귀 속에서 앵앵거렸다.
내 마음도 내가 읽을 수 없이
어두운 나는 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환한 햇살이 세상을 더듬듯
읽어 내려간 페이지마다
푸른 잎새들 너울거리며
나비떼들 날아올랐다.
용유도 선녀바위 / 함국환(금상)
바닷속으로 태양이 들어가는
인천공항 뒤 용유도,
바다 향해 우뚝 서 있는 바위에
꽃가루처럼 부서지는 바닷물
젖어드는 제 몸을 바람에 말리며
숨어드는 선녀를 더 보려는 바위는
이륙한 비행기를 올려다 본다. 더 높이
하늘에 올라 서쪽으로 날아가는
저들은 붉은 바다를 볼 수 없으리라
못 보리라. 물결치는 밤 바다를,
비행기가 오를 때면 외기러기 줄어들고
남은 자들은 핏빛 물결에
젖을 뿐이다. 찾은 짝과 날개를 비비던
기러기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서
구웠던 조개들의 냄새를 맡는다.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바다 끝에 발을 멈추고
바위 옆에 서서 바람을 맞는다
서쪽 멀리 선녀의 산고를 들으며
찬물을 마시는 바위 하나가
바다냄새 맡으며 기둥처럼 솟아 있다
서쪽 향해 늘어선 승용차 안의 연인들
그들의 눈망울은 평행선을 그었고
들어간 태양이 스르르 스르르
무수한 별들을 낳고 있다
돌아오는 길가마다 오색 별 숲에는
타그득 탁 탁 조개들이 입 벌린다.
비가 오면 / 정재형(은상)
비가 오면
냄비를 들고 장독대로 달려갑니다.
빗님은
하늘에서 내려오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장독대 위에서는
통통, 쿵쿵, 퉁퉁, 탱탱, 탁탁, 콩콩...
냄비 위에서는
뜨르륵, 챙챙, 똑똑, 또닥또닥, 딱딱...
동생과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따라합니다.
통통 쿵쿵 퉁퉁 탱탱 탁탁 콩콩... 히히히~~
뜨르륵 챙챙 똑똑 또닥또닥 딱딱... 헤헤헤~~
젓가락 / 정재형
우리 집 젓가락은 잘 참는다.
뜨거운 된장찌개에 푹 담가도 잘 참는다.
매운 김치를 덥석 집어도 꾹 참고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차가운 동치미에 담가도 꾹 참는다.
쓰디 쓴 아빠의 한약에 쑥 넣어도 꾹 참고
동생과 젓가락 칼싸움을 해도 꾹 참는다.
그 중에 나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우리 집 멍멍이가 물고 다녀도 꾹 참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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