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오롯한 잠 / 송지원
- 중봉일기
산등성이에서 그만 잠이 들었다
불면증을 앓던 하늘이 소란해지고
나뭇잎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무성한 신음소리를 몰고 촉새가 사라진 곳에서
아침 해가 뜰 때 나는
꽃으로 기억되길 기도하지 않았다
상처로 얼룩진 몸이
무명으로 잠들길 원했을 뿐
가슴을 관통한 핏물은
나무의 발목을 씻으며 논밭으로 스며들었다
잠속에서도 나는 가위에 눌려
절벽 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미명의 눈빛들이 끌고 있는 정쟁은
도끼날처럼 녹이 슬어
사부랑한 세월만 보내고 있는데
오롯한 잠은 언제 이루어지나
의를 꿈꾸며 수행하다 잠든 땅은
까마귀 떼가 몰고 오는 풍문들이
부산한 시간을 낳고 기른다
불안이 평안으로 도금되어
땅위에서 내 이름이 지워지는 날
내가 완벽한 잠에 들 수 있음으로
모든 영욕이 사그라진 무덤 안에서
세상 이쪽의 문에 걸어둔 귀로 오늘도
내 이름의 부재를 확인하는 중이다
[우수상] 애기봉에서 / 송병호
하늘 반만한 평야가
평야 반만한 바다를 이고 있다
금빛바람 초록공기 그득한
평화문화의 뜰
사각사각 가을을 베는
가위질 소리에
한 발짝 먼저 잠깬 철새들
두 물 합친 한강하류에
몸 담그고
새물로 세수한다
환청에 익숙한 텃새들, 기어이 조강의
금 없는 경계를 넘어 북으로 갔다
문화는 민심이 꽃
둥근 화원
세기를 숨 가쁘게 넘어 온 重峯선생
愛妓와 무슨 정담을 나눌까
설마
시 한 수 겨룰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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