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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혁명 / 천선필
- 중봉선생을 생각하며
북변동 삼거리에 중봉선생 동상이 서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손바닥에 태양을 받쳐 들고 있다
강풍에도 펄럭거리지 않는
중봉선생의
구릿빛 도포자락
한 사내가 신문지를 깔고 동상 그늘 속에 눕고 있다
그늘이 마치 제 무덤처럼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가슴을 둥글게 말고 있다
사내는 어떤 혁명을 꿈꾸다 돌아왔을까
어느 병사의 죽음처럼
여기 지치고 고단한 몸을 고요히 잠재우고 있다
신문 기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내의 두 발이 그늘 속에 싸늘히 버려지고 있다
동상 위에서 태양이 흘러내리고
도시소음이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바스락거리고 있다
바닥에 빈 술병이
사내의 남루한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
북변동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수많은 자동차불빛이
중봉선생을 위한 조문 행렬처럼 길게 늘어서고 있다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동상의 도포자락 핏빛으로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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