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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아리랑 / 김민철
칡은 한때 하얀 옷을 입던 의병이었다
주검이 썩은 내로 봉분을 세우는 동안
어둑발을 뿌리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칡,
혼불은 풀잎 뒤에 매복하고
기습적으로 두려움을 터트리곤 했다
밭을 가는 소리에 밀리고 밀려
무덤들의 울타리가 되어 버린 칡넝쿨아,
비석은 붓의 느낌보다 핏자국에 익숙하고
관이 없는 시신들은
어둠 밖을 향해 활시위를 당겨본다
그러나 구름의 화살촉을 잘못 만진
어리숙한 산새들이 많았는지
길고긴 장마와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흙속에서 버선 끈을 꽉 조이고
햇살로 나오는 칡의 검은 얼굴들을 보라
도라지꽃이 그들에게 독한
향기를 투구로 씌워주는 것도 보라
죽은 의병의 심장에서
자줏빛 칡 함성이
피고 지는 소리를 함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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