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연고 / 육종원

- 중봉을 그리다


전사의 생무덤을 그 누가 살피는가

피 철철 흐르다 피딱지 앉은 잘린 귀에

인기척에 놀란 파리떼가

파아, 긴 한숨처럼 허공을 번진다


저만치 잘린 팔뚝은 칡뿌리처럼 근육이 남았는데

그 손끝은

들녘의 푸른 허공 한 줌을 그러쥔 채

굳어간다 아 굳어가지 전에

그 팔을 들어다 병사의 어깻죽지에 붙이고

호랑이 뼈로 고아 만든 호고를 발라준다


피가 다시 돌고 살이 살을 끌어당겨 아물고

그리고 먼동처럼 트여오는 함성 소리에

팔은 칼을 들었던, 화살통의 화살을 뽑아들던

그 잘린 손가락이

다시 저 웅숭깊은 분노를 움켜 쥐려는가


어머니, 초저녁 횟배 앓는 어린 것의 꺼진 뱃구레를 쓰다듬듯

상처를 그리듯 찾아가는 연고는

들녘의 명지바람과 푸른 하늘빛으로

그윽히 발라주는 것이다 두려움에 어눌해진 말투마저

이 산하의 불호령으로 살아나듯

사수라, 이 한 마디를 가슴에서

피 토하듯 마지막 뽑아낸 장수의 사자후는 연고다

비겁의 튼 살을 잠재우고

용맹의 푸르른 혈죽을 그 가슴에서

마디마디 불러올리는 연고, 그 형형한 눈빛은

아직도 그 몸에서 그 맘이 짜내고 있는

선열의 연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