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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그림자 / 심은정
1
아버지와 함께 그림자가 발견되었다
2
십 수년 전 하관할 때
껴묻거리로 순장된 그림자가
툭툭,
몸에 묻은 봉토를 털며 일어섰다
좀비가 다 된 그가 무서웠지만
삭아 내린 캄캄한 관 속에서
백골이 되도록 아버지를 지켜준 게 고마워
나는 그와 뜨거운 악수를 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른의 그림자는 밟는 게 아니라며
저만치 떨어져서 따라오게 하셨다
저녁놀이 지평선에 붉은 낙관을 찍을 무렵
장에서 돌아가는 아버지의 그림자는 길어
그만큼 나는 멀어져야 했는데
초록이 동색이듯
땅거미와 그림자가 몸을 섞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는 손을 잡아 주셨다
3
오늘 아침엔 경로당으로
저린 다리를 끌고 가는 어머니 발목을
그림자가 잡아당기고 있었어요, 나는
그림자를 불러 세워 조곤조곤 타이르지만
질기디 질긴 그를 어쩌지 못해 돌아섭니다
어머니, 미안해요
여태 제 것도 떼내지 못했거든요
4
양지 바른 언덕으로 거처를 옮기며
아버지는 그림자를 놓아 주셨고
어머니는 그를 떼내시려고
그늘 우거진 평상에 오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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