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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 이성자

  

 

가을볕 소복이 쌓이는 옥상 빨랫줄에
중풍 맞은 노인이 낡은 스웨터를 널고 있다

 

헐렁한 왼팔을 허리춤에 끼워 넣고
흘러내리는 어깨 추스르며
구부정한 등줄기 몇 번이고 들썩거린다

 

젖은 스웨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출렁, 팔 하나가 흘러내린다
잠시 근심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노인의 얼굴

 

가을 바람이 달려와 한 팔이 빠져나간 빈손을 흔들어본다

 

시나브로 가벼워지는 꽃무늬 스웨터
물먹은 꽃들이 모가지를 쳐들기 시작한다

 

옥상에 살던 바람 지루한 오후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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