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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 신형주
현관 앞 추레한 양복 입은 사내,
엘리베이터가 잠시 담았다 뱉어낸다
주차장에서 빠져 나온 소나타,
이십여 년 다니던 길을 바퀴는 기억하는지 핸들은 낯선 행로를 투덜댄다
북한산 입구에 도착하니 청설모 눈도장을 찍는다
잠시 후 차에서 K2 등산복과 신발을 신은 사내 내리더니
짐짓 여유로운 척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긴다
삼삼오오 앞서가던 등산객들 걸진 농을 주고받으며 오르니
엿듣고 있던 단풍잎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정상에 오르니 밑바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K2봉을 오르려던 사내의 꿈은 눈처럼 백지가 되었다
붉은 울음 실컷 토해 낸 사내의 등 뒤로
환호작약하는 붉은 함성 소리 또렷해지고
나무 사이로 햇살이 무량하게 쏟아진다
발목까지 내려 온 붉은 산 빠져나온 사내
가을 지나 이른 겨울을 향해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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