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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 김경숙
내 속의 골목길을 가로지르며
페달을 밟고 가는
저 끝나지 않는 노을의 파장
아직 시간도 이른데,
자전거 위에 걸터앉은 낙타 한 마리
푸르른 날들을 으깬 선분홍 단풍길 위에
무거운 바퀴 자국을 그리고 있다
등 위에 가득 실은 짐들을
이제 풀어 놓아도 되련만
나비처럼 흔들흔들 허공을 접으며
생의 유적 같은 골목길을 돌아돌아
힘주어 밀고 가는 바퀴살
앞강물 위를 건너듯
살얼음 위를 밟듯
한 골목 한 골목 서럽게 굴러왔다
오늘 공기 한 줌 달게 마시고
밤새 흔들리던 길병원 영안실 앞
횡단보도 황색 신호등 밖으로
저기, 낙타가 간다
나는 아직 따라갈 수 없는 길,
서쪽으로 열려 있는 골목길로
염주를 굴리듯 상처를 굴리며
낙타가 사라진다
이제,
골목길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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