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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발표

 

 

      새로운 시인

      〈당선작 없음〉

 

 

 

 

 

【심사평】시와 ‘시적인 것’을 구별하라

 

   결선에 오른 열여덟 분의 응모작을 몇 번이나 주의 깊게 읽었다. 그 중에서 「밤의 시학이 원하는 단편들」외(성혜경), 「자줏빛 가죽 드레스」외(신지영), 「이끼의 섬」외(이아랑) 등 세 분의 작품을 주목했다. 그러나 세 분의 작품들은 다른 두 분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나 역시 이들의 작품이 아직은 당선이라는 중력을 감당하기에는 모자라다는 점에 동의했다.

   끝내 당선작을 찾지 못했다. 응모작들을 읽은 소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들이 지나치게 길고 장황했다. 시가 말의 응축과 언어의 내핍의 바탕으로 의미를 세우는 장르라는 걸 응모자들이 잊은 것처럼 보였다. 둘째, 시들이 공감이 가지 않는 자의적(恣意的) 말놀이에 빠져 있었다. 모호함에도 그럴 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方言)들은 시가 될 수가 없다. 시단에 유행하는 한 기류의 영향 탓인지도 모른다. 셋째, 상투성에 오염되어 있는 시들이 많았다. 이는 자기 체험을 꿰뚫어보는 통찰과 독창적인 사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부류들은 시가 아니라 ‘시적인 것’에 매혹 당한다.

   ‘시적인 것’들은 널려 있지만, 정작 그 중에 제대로 된 시를 찾기는 어려웠다. 당선작을 내기 어렵다는 두 분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_ 장석주

 

   문제는 일상생활의 산문을 시에 도입하면서도 시의 특성을 살린다는 어려운 가능성을 성취하는 데 있다. 일상생활의 산문을 도입해서 그대로 산문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시의 패배이자 자기부정이다. 많은 응모작품들이 산문이 되어버리는 함정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장황하고 사설이 많고 생략과 절제의 미덕을 모르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 점 치열한 자기반성이 요청된다. (끝으로 이아랑, 이재근의 작품에 대하여 언급함) _ 유종호

 

   결국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투고된 대부분의 시들은 산문체의 장황한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상상력마저 간접체험의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언어의 긴장과 압축, 함축된 시 본래의 모습과는 달랐다. 투고시를 모두 읽고 선자 세 사람은 이 같은 소감을 동시에 주고받았다. (끝으로 성혜경, 이재근, 기랑, 이아랑, 신지영의 작품에 대하여 언급함) _ 김종해

 

 

 

                   —《시인세계》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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