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할머니의 낮잠 / 윤주영

 

한낮

할머니가 낮잠을 주무십니다

하얀 틀니 사이로 엷은 미소를 지어내며

행복한 꿈을 꾸시는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손주들의 부축을 받으며 외출을 하십니다

강아지도 꼬리치며 배웅을 하고

방금 돋아난 노란 싹도 배냇짓처럼 방긋 웃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수 빗자루 질을 하시던 골목길을 지나

한때 청소와 빨래로 봉사를 해주던 보육원 앞길

꽃들이 도열한 꽃길로 걸어가십니다

꽃들은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여왕의 행차처럼 환호를 하며

할머니의 발자국마다 꽃가루를 뿌립니다

꽃길은 할머니의 영원한 소망의 나라, 평생에 한 번도 가 보지도 못한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할머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지나온 뒷길을 돌아봅니다

꽃길 속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뒷길도

앞길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고운 인심이 있고 서로사랑하고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다워지는 세상,

할머니는 평생을 그렇게 사셨나봅니다

꽃길 속에 할머니는 구름을 타고 걷듯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모처럼 긴 나들이를 하시고 가벼운 단잠에 취하신 할머니

할머니 방에 아름다운 백목련 한 송이가

피어 있습니다

 

 

 

이마트몰

 

deg.kr

- 애드픽 제휴 광고이며,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