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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 / 추영희
밀레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버린 저녁종
한 때의 유물 같은 평화로
낡은 종탑에서 타종되는 하루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들에 닿았다 돌아오는
저녁 거느린 종소리 아름답다
할 뻔 했다
밤새 종 안으로 웅크려 들었다가
생육하고 번성한 것들 하루 내 생사
시퍼렇게 내미는 새벽종
희망의 입구라
할 뻔 했다 대책 없이
굶주린 땅 죽어가는 아이의 눈도 목격한 햇살
주르르 흘린 혈변 같은 저 노을 또한 아름답다
할 뻔 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만든 뜻 따라 생육하는 말로
붙여진 온갖 것들 번성할수록
종소리와 종루의 헐어진 속들 위장약을 틀어넣으며
절룩절룩 붉게 돌아오는 저녁
마지막 생기를 불어 축복하던 피조물들 그 뜻대로 부디
낡은 종탑 반대편 땅에서도 은은한 소리로 저물어
번성하는 포성과 울음 대신 삽을 꽂아놓고 조용히
손 모으고 있는 가난한 부부와 아이들
밀레의 만종으로 다시 그려진다면
오래된 그림 속에서 걸어나오는 종소리
이젤을 넘어뜨리고 경건하게 부활하는 저녁
저 혈변이 천사의 거룩한 피가 되겠는지
이유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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