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입과 심장의 거리 외 4편
이문경
생각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이미 흘러 내려 높이를 잃은 눈물
엑스레이에는 잡히지 않는 흉통
누군가 움켜잡았다가 놓은 심장
위선의 눈동자는
속눈썹 아래 감출 수 있어도
의미 잃은 말은 벌레에 갉아 먹힌 잎의 그물맥
그물눈의 문양을 온몸으로 가진 기린은
진실을 거르는 그물을 가진 것이다
기린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멀리 볼 수 있는 눈으로
많은 것을 알기 때문,
기린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기린의 입과 심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을 들어 올리듯
성악가의 성대가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들어 올린다
청동의 아리아는
가장 정직한 호흡,
말을 잃은 기린의 성대는
심장과 교신한다
심장을 통과해야만 목소리는 완성되는 것
목소리는 눈동자보다
정직하다
거리의 발레리나
여자는 하얀 레이스에 흰나비가 날아다니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요 아무도 몰라요 그녀가 나가는지. 그녀는 이제 교대역에서 사당역까지 걸어도 다리가 하나도 안 아파요 흰 나비와 새는 그녀를 날아다니게 하는 걸요 그러다 그녀는 가로수에 부딪칠 뻔해요 흰 나비와 새가 연둣빛 잎사귀로 옮겨가려고 하잖아요 글쎄 그녀의 발이 아스팔트에 빠진 줄을 까맣게 모르나 봐요 불온한 봄이 시작되고 있어요
여자는 꽉 막힌 도로에 정차해 있는 자동차 사이를 날아다녀요 시계를 들여다보며 신경질을 내던 남자가 그녀를 보고 쿡쿡 웃어요 그녀는 그 남자가 비둘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운전대를 잡고 졸던 여자는 뒷 차의 경적소리에 깨어나 그녀를 보고 웃고 있어요 이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시간에 다 길 위에 있는 건지, 그녀는 그들이 이상해 보여요 그들도 어쩌면 거미줄에 갇힌 걸까요
거미가 쳐 놓은 그물 속, 그녀는 거미줄에 갇혀버렸어요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거미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여자는 자신의 얼굴도 자신의 이름도 잃어버렸어요 그녀가 달고 다닌 이름표는 너무 무거웠거든요 이제 그녀는 이름표 대신 날개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들의 눈동자가 그녀를 따라와요 그들도 날개가 필요한가요 그런데 울다 닫힌 동공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어요 그 눈동자는 깊고 어두워 동굴처럼 안전해 보여요 그녀는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해요 날개가 아파오기 시작했거든요 불온한 봄이, 계속되고 있어요…….
가진 적 없는 돌
마당에서 공기놀이를 했네 높이 올릴수록 더 많은 돌 가질 수 있었네
계집아이는 혼자였네 돌로 만든 城이 여자아이를 지켜주었다네
혼자라는 건 편안한 불안, 혼자라는 건 자신의 온기로 공깃돌
데우는 것이라고, 다가오는 어둠이 알게 해 주어서 무서웠네
그런 밤이면 풀 먹인 이불홑청을 이마까지 끌어올려도
잠이 오지 않았네
마당에서 공기놀이를 했네 높이 올릴수록 더 많은 돌 가질 수 있었네
계집아이는 혼자였네 돌로 만든 城이 여자아이를 지켜주었다네
놓쳐버린 돌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알 수 없는 밤이 지나면
반짝이던 것은 움켜쥔 손 펴기도 전에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다네
너무 많은 것들은 너무 늦게 알게 된다네
마당에서 공기놀이를 했네 높이 올릴수록 더 많은 돌 가질 수 있었네
그러나 그 돌, 버려야만 가질 수 있는 돌이었네
새장 속의 어둠
지금은 밤이야
밤
너를 내려다보고 있는
내 은빛 날개를 만져 봐
아니 날개 말고 그 아래
내 몸을 만져 봐
조약돌 같은 거기
파도치는 내 심장
우린 거기 살고 있었던 거야
한 마리 새와 함께
바지랑대 끝 잠자리 날개처럼
나는 가볍고
불면의 밤을 건너 온
새의 눈꺼풀처럼 나는 무거워
깃털도 무거워지는
밤이야
밤
천칭(天秤) 왼편에는
너의 깃털
오른편 천칭 위에는
나의 심장 25그램을 올려놓는다
내 심장 속, 눈 감은 적 없는 새 한 마리
새장 문을 열어준다
노래하는 새가
그 노래를 잊었기에
인형놀이
1
페달을 밟으며 한강변을 달린다
긴 머리카락이 여자의 얼굴에 쏟아진다
자전거에는
영혼이 없다고?
당신이 닦아줄 수는 없어도
내 눈물 닦아주는 자전거
어때요 전 속력으로
내가 달린다면
2
아파트 주차장 구석진 자리
검은 털실뭉치처럼 웅크린 고양이 한 마리
실타래 풀리듯 소리 없이
승용차 엔진에 다가가
온기를 끌어안는다
고양이에겐
영혼이 없다고
당신이 말한다면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고양이도 나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3
자동차 시동을 끄고
남자는 아파트 안으로 사라진다
인큐베이터 속,
잠든 얼굴을 비추는 할로겐 조명
따뜻한 양수 속에서 밀려 나와
인큐베이터 안에서 잠든 미숙아는
물속을 부유한다
물속의 집은 고요를 생산한다
—————
▲ 이문경 / 1963년 경북 울진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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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귓속은 겨울 외 4편
남궁선
전나무 숲엔 하얀 꼬리의 여우들이
알전구처럼 빛난다 눈이 내리고 있구나
나는 까치발을 들고 창밖을 바라본다
다정한 밤의 풍경
검은 손의 너는 내 어깨 위로 기어오르고
가느다란 팔로 목을 감싼다
우리는 한 번의 겨울도 가져 본 적이 없지, 검은손거미원숭이야
눈밭 위에 맨발로 꽃잎을 그려 넣을 때
나는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아야겠구나
발가락에 닿는 차갑다는 그 감촉은 어떤 느낌일까
발꿈치를 내리고 침대로 돌아와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나는 투명하고 뾰족한 얼음조각에 스며드는
어떤 열기에 대해 상상한다, 검은손거미원숭이야
내 목을 감싸고 있는 날카로운 손톱을 조금 더 눌러준다면
아주 붉은 것이 부드럽고
따뜻한 퐁듀처럼 흘러내릴 텐데
하얀 꼬리의 여우들은 볼 수 있을까, 내 방 가득 차오르는 눈물의 깊이
얼음가시에 찔려 빨갛게 터지고 싶은 내 두 발
스테인드글라스
여행자의 일요미사, 성당의 보랏빛 지붕 위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밀떡을 먹으러 신부님께 다가갑니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뱀의 혓바닥을 내밀고 사라집니다 조그만 밀떡은 어떤 맛일까요 상처와기적의신부님 구원과은총의신부님 신부님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죠
입을 벌렸습니다 신부님이 양미간을 찌푸립니다 너의 혓바닥은 너무 짧아 이곳에선 아무도 너를 모르지 너를 모른다는 것만이 네 존재의 표식 얼굴이 활활 타오릅니다
비쩍 마른 자칼이 사막에서 죽은 것들의 몸을 헤집을 때, 완전하게 침묵할 줄 아는 자칼의 눈과 발톱과 이빨의 탐욕을 알고 있습니까 새로운 굶주림이 너에게 찾아왔으니 너는 속된 것을 내어 놓고 불멸을 약속 받으라 오른손 중지는 왜 자꾸 오른쪽으로 휠까요
햇빛 아래 이글거리며 증발하는 초록빛, 청개구리를 한입에 꿀꺽 삼킨다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거야 불신은 혓바닥의 진화를 가져왔습니다 벼락과 말씀과 보복으로 가득 찬 신부님의 두터운 성대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청개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은 습관입니까 하나의 문장을 만 번씩 쓴다면 그 문장이 옷을 입고 사람처럼 걸어 다닌다는 것을 인디언들은 아직도 믿습니까 밀떡은 하얗고 꽃은 아름답습니다 희망의 계획서가 사라진 검은 수첩만이 가장 용감해져갔습니다
나는 하얀 장미를 원했고 장미 위로 눈이 내렸다
주름 접기
우리는 창의 가운데서 등을 맞대고 흰 커튼에 주름을 접으며 천천히 전진하였다 커튼에 우아한 주름이 겹겹이 쌓여갈 때 창은 여전히 넓고 창백한 입술이 얇아져 갔다
동작대교 아래서
남산타워가 보이는 강변 공원에서 나는 노래를 부르다 그대는 왈츠를 추다 마주쳤다 왈츠가 멈추고 노래가 끊겼다 한밤의 어둠을 껴안은 그대의 두 눈이 흔들리고 동작대교 난간에 매달린 분홍 초록 보라의 불빛이 그대의 눈에 맺혔다
그댄 너무 많은 빛깔의 눈을 가진 자
리본
환자복을 입은 창문이여 우리는 병적으로 창을 닦고 병적으로 리본을 부풀렸지 대청소의 날 만족할 줄 모르는 투명한 감독관의 안경알이여, 손에 들린 걸레는 허밍처럼 고요히 흔들리고
첫눈
화단의 젖은 흙이 단내를 풍길 때
눈이 온다 왈츠를 추는 그대의 오리털 파카 위로 추리닝 바지 아래로 속눈썹을 스치고 눈이 온다 창문에서 나뭇가지에서 강변에서 멀어지는 눈이
건기 시대
건기의 밤엔 목마른 나뭇잎이 나를 강간하러 온다
커다란 낙엽이 짐승의 울음 되어 지붕을 덮을 때
나무의 뼈를 핥는 달
낙엽과 대결하는 이 구도는
오래 전, 모닥불을 피워 놓고 공포를 계산하던 나의 눈동자
두려운 내 두 귀가 숲속에 날카로운 길을 만들었다
나는 바싹 마른 대지에 이빨을 박고 이 밤을 흡혈한다
고목의 발목 위로 나뭇잎이 수북이 쌓인다
지상의 마지막 물방울을 삼켜버린 구름이 조금씩 계절을 옮겨가고
타오르는 불의 시간,
나는 밤을 지새운 세밀화가처럼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나의 눈을 쉬게 한다
타오르는 무덤
여행자 수첩
강해질 필요가 없는 개
먹을 것을 줘도 살랑대지 않는 개, 그러나
주면 먹는 개와 함께
오직 하나의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곳은 혓바늘이 돋는 건기
중국식당의 중국아줌마는 중국말로 인사를 한다
내 귀에 너무도 익숙해서 나는 내가 중국인인줄 알았다
쌀국수 35바트 물 두 개 20바트
타이마사지 150바트
맥주 30바트 싱글룸 150바트(후불)
주방장이 타이커리를 만들 듯이
몰인정 ․비정․ 무책임과 상관없는 여행자수첩은
숫자만 빼곡하다
짝눈
그는 짝눈을 고치려고 일 년 동안
잘 보이는 눈을 가리고 장님처럼 살았다
삼각플라스크 비이커 메스실린더에
알 수 없는 원소들을 섞으며 놀고 있을 때
그곳은 눈동자가 희어지는 건기
그의 오른쪽 눈을 덮은 교정안대는 떨어져 나갔다
복숭아에 박혀 꿈틀대는 애벌레를 꿀꺽 삼키던 날들이었다
염산과 수소와 헬륨을 섞었을까, 어두운 방 안에서 불길이 솟았을 때
건기의 숲
건기의 숲엔 저절로 불이나기도 한다
타오르는 무덤 위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영혼이 있다
내 혓바닥과 당신의 눈동자가 서로 먼 곳에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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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선 / 1973년 인천 강화 출생. 장안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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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신인상 심사를 시작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요즈음의 신인 발굴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신춘문예를 비롯하여 주요 문예지들의 신인상 당선작들이나 당선자들이 적잖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에 공감을 했다. 그 하나는 소위 신춘문예 스타일이 따로 있다고 할 정도로 ‘판박이’ 작품이 당선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작품은 대개 인생이나 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나 개성적인 표현을 향한 치열한 도전정신이 결여된 한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문제작보다는 문제가 없는 작품, 즉 무난하고 단정한 작품이 당선되는 사례가 많다고 하겠다. 다른 하나는 당선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성별도 여성 편향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나 남성이 신인 공모에 당선되는 사례가 드문 것은 요즈음 우리 시단이 지닌 문제적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시의 능력에서 남녀나 노소에 의한 차이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시의 경향에서 편협한 성별의식이나 세대의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마음 한 구석에 밀어놓고 엄정하고 신중하게 심사를 진행해 나갔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시편들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너무 단정하거나 그저 무난한 시들은 외형적인 완성도가 높을지라도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약간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참신하고 예리한 언어 감각을 도전적으로 보여주는 시편들에 눈길을 주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남궁선의 「너의 귓속은 겨울」 외 4편, 이문경의 「기린의 입과 심장의 거리」 외 5편, 황경철의 「흑백사진」 외 4편, 강민정의 「천사금렵구」 외 4편, 전형주의 「그늘제조법」 외 7편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시적 새로움에 대한 고민과 다양한 창작 경험이 충실히 반영된 것들이어서 심사위원들을 매우 고민스럽게 했다. 하여 다시 꼼꼼하게 윤독을 하고 토론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국 남궁선과 이문경을 수상자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머지 세 사람들도 기성 시인 못지않은 믿음직스러운 역량을 갖추고는 있으나, 아직 언어를 장악하는 능력이나 시상 전개의 안정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궁선의 시는 비극적 세계 인식을 감각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이 돋보인다. 요즈음 시에서 비극적 세계관 자체도 흔치 않지만, 그것을 감각적 언어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평범하지는 않다. 비극적인 것과 감각적인 것은 서로 모순되지만, 이 모순이 오히려 그녀의 시에 개성을 부여한다. 이 모순으로 인해 비극은 더 비극적인 것으로 강조되는 동시에, 단순한 슬픔의 재현을 넘어 삶의 진실을 현현하는 통로의 구실을 하게 된다. 당선작인 「너의 귓속은 겨울」은 “내 방”과 “창밖”의 공간적 대립 구도와 선명한 감각의 언어들을 통해 삶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시이다. 삶의 비극성은 “내 방”의 “나”와 “검은손거미원숭이”는 순수성과 야생성을 상실했다는 데서 온다. 반대로 “하얀 꼬리의 여우들”이 있는 “창밖”의 “겨울”은 순수성과 야생성이 살아 있는 세계이다. “나”가 지향하는 “알전구처럼 빛나”는 “하얀 꼬리의 여우들”를 소망하거나, “나” 자신의 “아주 붉은” 피가 “퐁듀처럼 흘러내리”기를 염원하는 것은 그러한 세계를 지향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또한 「스테인드글라스」의 “희망의 계획서가 사라진 검은 수첩”이나, 「나는 하얀 장미를 원했고 장미 위로 눈이 내렸다」의 “창문에서 나뭇가지에서 강변에서 멀지는 눈”도 그런 비극성과 관련된 세계를 흥미롭게 형상화한다.
이문경의 시는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정감 있는 언어로 전개해 나간다. 성찰의 대상은 요즈음 시에서 시적 대상으로 직접 취택되는 사례가 아주 드문 편에 속하는 진실, 자유, 순수 등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에는 관념적인 언어들이 자주 등장하여 고답적이고 교훈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참신하고 적실한 메타포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러한 인상을 충분히 불식시켜 주고 있다. 당선작인 「기린의 입과 심장의 거리」에서 “그물눈의 문양을 온몸으로 가진 기린은/진실을 거르는 그물을 가진 것”, “기린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기린의 입과 심장과의 거리가/너무 멀기 때문”이라는 식의 에피그램(epigram)은 인상적이다. 내면적이고 관념적인 대상을 ‘기린’의 외적 이미지와 생리적 특징을 통해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진 적이 없는 돌」과 「거리의 발레리나」에서도 버림으로써 소중한 것을 얻는다는 역설적 깨달음, 속박당하는 삶에서의 일탈 욕구와 같은 관념적 내용에 맞춤으로 어울리는 형상을 찾아내는 솜씨가 마뜩하다.
이번 신인상 공모에도 경향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셨다. 시를 향한 열정과 <시작신인상>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당선자로 선정된 두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보들레르가 노래했던 ‘알바트로스’처럼 지상에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날개’를 소유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의 하늘을 향한 비상을 꿈꾸고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 아닐까 한다. 부디 고루한 시와 시단의 메커니즘에 길들여지지 말고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세계를 오롯하게 개척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심사위원 본심- 김춘식 이형권 홍용희 유성호 // 예심- 박판식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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