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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그늘 / 이선균
태양이 이글거리며 쏟아지는 날이면
민박집 노부부 생기가 살아납니다
촘촘히 심어놓은 비치파라솔
싱그런 그늘막 삐져나오는 아기들 웃음소리
옥수수빛 여름 영글어갑니다
태풍 모라꼿에 밤잠 설치기도 했지만 엉겨붙는
늦더위에 여름 한철 그늘농사 모처럼 풍작입니다.
서울 아들도 내려와 옥수수 삶으며
취직 걱정 푸른 파도 위 띄워 보내고
그늘 한 자락에 바람 한 자루 덤으로 얹어주는
이 화창한 음지의 나날,
식당 설거지며 모텔 청소부로 돌고 돌아온
노부부의 고단한 저녁바다
파도가 헛발질로 우회하는 모래톱 솔기 따끔거립니다.
시간의 그늘 화사하게 펼쳐지던 하루가
환한 어둠살로 접혀지고
일기예보에 귀 세운 늦은 밥상 조마조마하지만
화끈거리는 즐거움 이내 곯아 떨어집니다
내일은 몇 채의 그늘막 파도칠 수 있을까요
폭죽 요란하게 쏘아올리는 밤
천개의 별빛 쏟아져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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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 1961년생. 경기 포천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