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 >
1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나
사람들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고
가슴 깊이 새긴 한 자루의 초를 들고
미친 소! 미친 정부!를 외친다
적절히 이기적이고
적절히 이해타산적인 나는
쥐새끼마냥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수수방관하며 살고 싶은데
대치된 전경과 시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화내고, 욕하고, 때리고, 덤비고,
또 팽팽한 신경전이 오고 갈 때마다
제발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제발 이 사건이 대한민국에서가 아니기를.....
2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실명된 고등학생
귀고막이 터친 여대생
갈비뼈가 부러져 위독한 예비군
시위 중 부상당한 60여 명의 시민들과
시위를 저지하려다 부상당한 40명의 전경들
인터넷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뉴스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내 속에 숨겨진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
흥분된 가슴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자꾸만 피가 거꾸로 치솟는데
아무런 죄가 없는 시민들과 전경들은
누구를 위해서 그런 희생을 당해야만 하는 것인지.....
3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기나긴 싸움을 보면서
미친 소를 주장하는
정부의 어느 고위 관료가 생각나고
진실을 은폐시키려는
조중동의 신문기사가 생각나고
국민의 등에 칼을 꽂는
주권이 불명확한 대통령이 생각나고
미친 소 먹고 광우병 걸려 대운하에 뿌려질
불쌍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생각난다
- 권 수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