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내 삶의 17년이 지난 후였고
병환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동안
어머니는 내 걱정에 심장병과 고혈압으로
17년 동안 속이 썩어 문드러져 살았고
아버지는 20년을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죽기 전 마지막 유언이
"못난 애비 용서해라"였다
그런데 그 동안
나는 어머니의 피 같은 돈을
공부한답시고 연애질에 잘도 쏟아부었고
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변변한 약 한첩 지어본 적 없었다
그래서 그 동안
내가 슬펐단 말이다
내가 너무 너무 슬.펐.단. 말.이.다
다가오는 어버이 날에 카네이션 한송이를
아버지의 무덤가에 올려놓고
돌아오는 그 길에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흐르더란 말이다.
- 권 수 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