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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남자>









이 높고 푸른 하늘 위에


건조한 바람이 분다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온 세상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시베리아 북서풍이다



그 바람에


지천으로 채색된 단풍들이


힘없이 떨어진다


한살이의 생애는 이렇게


무미건조한 것이었던가!



자신이 변해야할 때를


알고 있는 단풍들이


자신이 가야할 때를


알고 있는 낙엽이 된다



보내야할 때를 알고 있는


내가 그 사람을 보냈던 것처럼. . . .



참아도 참아도 주체할 수 없는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을


그래도 그래도 참아야만 되는


이 슬픈 계절 가을에



메마른 가지 위에


구름 한 점없이 맑은 하늘보다


구름 한 점없이 맑은 하늘아래


앙상한 가지를 보는 슬픈 생이여!





소설같은 인생을 꿈꾸는 봄바람이


처녀의 전유물이라면


가을의 시와 같은 사랑은


남자가 독점하는 것이 맞다.






-권 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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