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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공탄 >


    내가 배운 것이라곤 시뻘겋게 훨훨 타오르는 것이다

    작은 불씨하나만으로도 제 몸을 불사르는

    불같은 열정을 가슴에 지니는 일이다.

    그리하여 귀끝, 손끝, 발끝이 시린 사람들에게

    호호 입김 부는 수고로움을 덜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22개의 구멍사이로

    시뻘건 불꽃을 죽기까지 전하는 것이다

    찬 바람에 익숙한 저잣거리 노점상인의

    식은 국과 찬밥을 데우거나 라면을 끓이거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이라도 좋겠다.

    그리하여 뱃속이 든든한 가난한 상인들에게

    세상은 아직도 아름다운 곳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진실로 내가 끝까지 다 타버리고 나면

    하얗게 탈색된 나의 육신을 뼛가루처럼

    처참히 부수어 버리는 인내의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죽은 자의 뼛가루를 강물에 뿌리듯이

    처참히 부수어진 나의 육신을 차디찬 얼음바닥에

    내동댕이쳐야만 한다.

    그리하여 나를 짓밟고 서 있는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앞을 내다볼 수가 있는 것이다.




    - 권 수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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