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入營前夜 >



그토록 보고 싶던 사람이


내 앞에만 서 있으면


나는 언제나 벙어리였다네


그런 날이면


나는 늘 불면의 밤을 지새웠지


바보 같은 내 자신을 원망도 하고


그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번엔 반드시 말을 걸고 말리라


굳센 다짐을 했었건만


그대 앞에만 서 있으면


나는 언제나


볼품없이 초라한 바보였다네


2년 2개월이란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달라는 말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 하지 못하고


뜬 눈으로 그대 집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입영열차에 몸을 실었지


건네지 못할 편지를 부치면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 하지 못하고


병신같이 발신란에


이름 석자 쓸 용기조차 없었다네






- 권 수 진 -

'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공탄  (0) 2008.03.03
청년실업  (0) 2008.02.27
蛇足같은 詩人과 그의 아내  (0) 2008.02.23
짝사랑  (0) 2008.02.22
B형 남자의 꿈  (0) 2008.0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