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入營前夜 >
그토록 보고 싶던 사람이
내 앞에만 서 있으면
나는 언제나 벙어리였다네
그런 날이면
나는 늘 불면의 밤을 지새웠지
바보 같은 내 자신을 원망도 하고
그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다음번엔 반드시 말을 걸고 말리라
굳센 다짐을 했었건만
그대 앞에만 서 있으면
나는 언제나
볼품없이 초라한 바보였다네
2년 2개월이란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달라는 말을 못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 하지 못하고
뜬 눈으로 그대 집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입영열차에 몸을 실었지
건네지 못할 편지를 부치면서
병신같이 발신란에
이름 석자 쓸 용기조차 없었다네
- 권 수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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