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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 >




그 때는 꿈이 있어 좋았다


멋모르고 끌려 갔던 선술집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씹으며 논쟁을 벌였고


결국에는 다같이 노래를 불렀다




아쉬워 캠퍼스 잔디밭을 찾았고


새우깡에 마냥 독한 소주를 집어 삼켜도


취하지는 않았다




막차 끊긴 깊은 밤


달빛에 취해 흐느적 거리는 육신을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어깨동무하면서


선후배 자취방을 내 집같이 드나들었다







전역을 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학교 독서실에는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전공과는 상관없는 책을 읽었고
서점에는 취업관련 교재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취업전선, 취업대란이라는 말이 구설수로 나돌았고
관심없는 분야의 자격증을 필수처럼 따야만 했다
졸업해도 등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후배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캠퍼스에는 다시 꽃이 피었고


여전히 산들바람 불어오는 봄이 찾아왔건만


추억 속의 그리운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캠퍼스 정원에는 떨어진 벗꽃 잎만 만발하더라







- 권 수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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