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10월을 맞이하여 우리 문단의 큰 별이자 부천의 큰 자랑인 민족시인 변영로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제2회 수주 변영로 문학제' 및 제8회 수주문학상 시상식이 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수주문학상 대상은 임경묵(교사, 시흥시, 70년생)씨 작품 '질경이의 꿈'이 수상했으며 우수상은 현택훈(강사, 대전시, 74년생), 박기동(사업, 부천시, 59년생), 정철웅(교수, 광주시, 59년생)씨가 각각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지난 8월 중에 시 부문에 대해 전국 문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여 353명이 2,732편을 응모되어 이 중에서 4명의 수상작이 결정되었으며 대상은 5백만 원, 우수상은 1백만 원의 상금을 각각 지급받았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수주문학상은 부천이 고향이며 작고 후 고향 땅에 묻혀 계신 수주 변영로 선생의 뛰어난 문학 기량과 올곧은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부천시에서 1998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듬해인 1999년 제정되었다.
「질경이의 꿈」, 「동굴 탐사」,「함석장이 노인」, 「흐린 명조체의 시」 등 네 편의 응모작이 마지막 심사 대상이 되었다. 본심을 통과한 응모작의 상당수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었지만, 특히 네 분의 시는 시적 수련과 작품으로서의 성취도가 높았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질경이의 꿈」을 대상작으로 결정하였는데, ‘실직한 당신’을 질경이풀‘의 질긴 생명력에 비유한 이 작품은 최근 문단에 발표되고 있는 서정시의 약점을 발전적으로 극복한 좋은 시라고 판단되었다.
시적 서술의 묘사력과 언어의 유연한 구사능력 그리고 대상에 대한 관찰 등이 적절한 어조에 실려 있어 뛰어난 시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흐린 명조체의 시」는 서정적이며 안정된 어조로 유려하게 끌어나가는 솜씨가 돋보였으며, 「동굴 탐사」는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단단한 시적 구성을 보여주었으며, 「함석장이 노인」또한 건조하지만 사실적인 관찰력이 두드러져 보였다.
대상 수상자와 우수상 수상자들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리며, 아깝게 탈락한 다른 응모자들에게는 아쉬움과 격려의 말을 전해 드린다.
응모작들이 이상하게도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이고 형식이다. 정말로 쓰고 싶어서 쓴 시보다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에 떠밀려 쓴 시가 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시 창작 강좌 등의 영향인 것 같다. 산문 형식의 시가 많았는데, 억지로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시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시를 읽는 재미가 어데 있는가,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뛰어난 시가 적지 않아, 지용문학상의 만만치 않은 수준을 말해 주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임종훈)은 군더더기없이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진 시다. 이쯤의 솜씨에 이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리라. 파도와 일상의 권태와 삶의 각박함의 병렬적 비유도 자못 실감난다. 마지막 연의 처리도 시의 여운을 인상적으로 오래 남기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데 다른 시들은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서, 너무 심한 편차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돼지머리’(한수남)는 말 재간과 재치가 보통이 아니다. 청승스럽거나 구성지지 않고 밝고 날렵해서 또 다른 시 읽는 맛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무언가 시들이 너무 어수선하다. ‘1958년 산, 포터 트럭’(신윤경)은 남편을 포터 트럭에 비유한 시로서, 삶의 구체가 울림을 준다. 가락도 제법 있다. 하지만 너스레가 좀 심하다. 같은 이의 ‘수도’도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될 구절들이 여러 군데 들어가 있는 것이 흠이다. ‘대작(對酌)’(현택훈)은 새벽에 혼자 술을 마시면서 바라보는 거리 풍경이 소재가 되고 있는 시다. 그런데도 제목을 대작이라 한 것은 그 새벽 거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신다는 개념에서일 터이다. 독작이라 할 것을 대작이라 해서 고독감을 배가시킨 점은 작자가 높은 시적 연마를 쌓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어데 한 군데 빼고 더할 데 없이 깔끔한 점도 크게 호감이 간다. 이에 비해서 같은 이의 ‘양말 한 켤레의 노래’는 생활의 실감이라는 면에서는 더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너무 말이 많아 시를 읽는 재미가 덜하다.
이상의 시 가운데서 선자들은 현택훈의 ‘대작(對酌)’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았다. 작자나 다른 투고자들은 ‘양말 한 켤레의 노래’ 대신 굳이 이 시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심사위원 유종호·신경림
제11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제주도 푸른밤’을 품고 대전에 상륙해 문학공부를 하고 있는 현택훈(32·사진·대전 동구 대동)씨가 ‘대작’이란 시로 당선됐다.
현택훈씨는 “군대 있을 때 읽은 ‘시란 무엇인가?’를 쓴 유종호 시인과 평소 존경해 마지 않은 신경림 시인에게 평가를 받아 당선돼 더할 나위없이 영광이다”며 “우리나라 현대시의 거두인 정지용 시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문학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택훈씨는 지난해 한국사이버대학교에서 주관한 전국백일장에서 은상을 탔고, 대전일보에서 주관한 동물사랑, 자연사랑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바 있다.
대전 동구 대동에 거주하고 있는 현씨는 대작(對酌)이란 시에서 “일반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려 했다”며 “재작년에도 지용백일장과 지용신인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충분한 약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제7회 지용청소년문학상은 모두 267명이 722편을 응모했고, 우리 지역에서는 옥천고의 손효선 양이 장려상에 선정됐다. 이번 심사위원을 맡은 이은방 시인과 도창희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수많은 작품 중에 평년작을 웃도는 수준을 보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응모작에는 단시보다는 장시가 많았고 주제의식이나 표출능력 따위는 보편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인문학상과 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은 각각 14일 오전 11시 군청 회의실과 13일 오후 5시 관성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