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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본다 / 최영철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찔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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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출신으로 20C 후반 한국 시인들 가운데서 삶과 인간문제를 시로써 탐구한 가장 대표적인 시인인 이형기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2008년부터 개최된 이형기 문학제는 올해 4회를 맞이하여 체험시 백일장, 시낭송대회, 문학의 밤 행사 등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문학제가 되기 위하여 다채로운 행사로 펼쳐진다.

 

올해 이형기 문학상 수상자는 최영철 시인이 선정되었으며 수상집은 찔러 본다이다. 시상식은 521() 오후 420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심사위원회는 최영철 시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이 화해롭게 넘나들며 이념이나 사유를 떠난 인간의 원초적 생의 호흡을 반영한 리듬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시라는 호평으로, 그 우수성을 평가했다.

 

수상자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호루라기’, ‘일광욕하는 가구’, ‘가족사진’, ‘홀로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등이 있으며 산문집에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우리 앞에 문이 있다’, 어른동화 나비야 청산가자가 있다. 그리고 2000년 백석문학상, 2010년 최계락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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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하는 가구 / 최영철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할을 쬐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 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

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

삐걱거리며 엎드린다

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

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

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

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룩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섭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

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

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

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일광욕하는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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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문학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제2회 백석문학상에 최영철(崔泳喆·44)씨의 근작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문학과지성사]가 선정됐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1986년 등단한 최씨는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5권의 시집을 상재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이 시집은 살아남은 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의지의 노래이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과 사물들 가운데서 생명에 대한 의지를 끌어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게 반짝이는가를 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여기 담긴 시들에는 회복기 환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선에 어린 감탄과 따뜻함, 그리고 생동감에 대한 외경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 의지의 노래를 잠언조로 되풀이하지 않고 싱싱한 이미지와 따뜻한 유머 속에 풀어 섞음으로써 찬탄할 만한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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