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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 홍경나

 

 

할머니와 나들이를 갔다 흰 머릿두건을 두른 할머니는 꼬신내 나는 콩고물 묻힌 주먹밥과 호미 담은 대광주리를 옆에 끼고, 나는 할머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재 너머 할아버지 묘가 있는 콩밭

 

할머니 묏등 위 다보록이 돋은 성깃성깃 자란 띠풀을 뽑아 들고 가만히 봉숭아꽃물 진 얼굴로 저 먼 데 하늘을 점두룩 바라봤다 해 들면 덥다 여기서 놀거라 잎 큰 아주까리 아래 나를 데려놓고 예닐곱 이랑이랑 콩밭을 맸다

 

가끔 때까치들이 할머니가 김을 매는 밭고랑 사이를 푸르릉 푸르릉 다녀갔다 나는 혼자서 붉은 흙을 쑤시고 파고 다독여 아주까리 이파리로 지붕 얹은 개미집도 만들고 달개비꽃 따다 꽃밥 짓고 콩이파리 따다 콩잎자반 재고 새금파리 그릇 삼아 상을 차렸다 맛나지 할머니, 우리 할머니 냠냠 묵자 할머니가 내게 그러듯 할머니께 밥 떠먹이는 숭내를 냈다 이도 저도 시장스러지면 아주까리 그늘에 엎드려 콩고물주먹밥을 오물거렸다 되새김질하는 우리 집 누렁소처럼 입을 놀리다가 거물거물 잠이 들었다 꼼지락꼼지락 콩밭귀로 내려오던 산그늘이 두툼해지면 젖은 등더리에 업혀 어느덧 집으로 돌아왔다

 

내 나이 열여섯 살 때 할머니는 색동원삼 명주옷 곱게 차려입고 꽃상여 타고 혼자 나들이를 떠났다 믈그름 감또개 툭! ! 떨어지는 고샅길을 돌아 나랑 다니던 나들잇길로 재 넘어 할아버지한테 가버렸다 새벽부터 는개가 듣던 그날 삼베두건을 쓴 상두꾼 직동할배가 그날은 할머니를 따라가면 못쓴다고 타일렀다 오호오 오호오 상엿소리가 나 대신 재 너머까지 할머니를 길게 길게 따라갔다

 

아주까리 너른 그늘로 때까치 왕개미 떼지어 놀고 할머니 백목 치맛자락 꼭 쥐고 콩밭으로 나들이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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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의 발명 / 배종영

 

 

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

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의자가 특히 이타(利他)적 사물인 것은

등받이의 발명 때문이다

사람의 앞이 체면의 영역이라면

등은 사물의 영역이지 싶다

 

기댄다는 것, 등받이는 혈족이나 친분의

한 표상이지도 싶다

갈수록 등이 무거운 사람들

등받이에 등을 부려놓고

비스듬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

들어 있지 싶었다

 

취약한 곳에는 대체로

이타적인 것들이 함께 있다

혈혈단신한테도 온갖 사물이 붙어있어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지 싶다

등받이는 등 돌리는 법이 없듯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

절대적인 등을,

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

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은

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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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가정 / 박선희

 

 

열무 썰어 소금 뿌리자 숨이 죽었다

한길을 흐르는 물관과 체관

뻣뻣한 아빠의 티격을

태격으로 되받는 엄마의 말끝처럼

소금은 단단한 쪽과 부드러운 쪽을 오가고 있었다

 

삐죽삐죽 고개 드는 열무는 다독여 재우고

햇살을 팽팽하게 당겨 질겨진 잎은 흔들어주고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와

한국말 익히며 김치라는 발음을 섞어 만든 김치를 익히는 여자들

그들의 어둔한 말투만큼 싱거워진 김치맛에 주고받는 눈빛은 짜다

 

소금을 머금고 뱉으면서 수위 조절하며

단단한 성질 절여질 때를 기다리는 엄마

펄펄 뛰던 숨 부드러움에 절여지는 아빠

기세 조금씩 역전되고

소금은 열무를 통째로 뒤집게 만든다

이국땅서 온 저들도 곧 이렇게 버무려질까

 

풀 죽은 아빠의 등 뒤,

물속으로 녹아들지 못해 오소소한 소금들

갓 취직한 나는 언제쯤 숨죽여야 하는지

자꾸만 태어나지도 않은 베트남 엄마 아기가 걱정된다

 

하늘로 땅으로 뻗던 힘 다 빼고

함께 버무려져

아! 아른한 맛

밀물도 썰물도 모세도 다녀간

모래펄을 맨발로 걷는 해변의 맛

모래알이 숨죽일 때까지 

바다는 소금을 뿌릴 것이다

 

 

 

 

그늘을 담고도, 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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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은 제11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11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노경자(필명 노령)<의령, 의령>이 차지했다.

 

시 부문 안광숙(필명 안이숲)<나비정첩>, 시조 부문에는 서희정(필명 서희)<지금 함박눈이>, 아동문학 부문에는 최영란의 <산이> 수필 부문은 김희정(필명 조이)<러시아워>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 정남일의 <냉장고의 미래>, 시 부문 박선희의 <가정>, 시조 부문에는 김성애의 <다시 쓰는 자술서>, 아동문학 부문은 조현미(필명 조은결)<배추흰나비>, 수필 부문은 문경희의 <겨울소리>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에 부림초등학교 박준효의 <달리는 눈썰매>,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에 유곡초등학교 김다희의 <까칠이 왕자님 드디어 김치를 드시다이>, 중등부 부문에 의령여자중학교 김도원의 <개인주의 사회>, 고등부 부문에 신반정보고등학교 강해솔의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다>가 영광을 차지했다.

 

대상 이외에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등부, 고등부 각 학년별로 최우수상 1, 우수상 2, 장려상 3명이 수상했다.

 

지난 131일까지 접수한 제11회 천강문학상은 1164명에 5951편이 접수, 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은 175명에 272편이 접수됐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3292329, 시조에 1421007, 소설에 183308, 아동문학에 2881640, 수필에 222667편이 접수됐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각 대상에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심사는 곽재우 장군의 생애와 사상, 철학, 문학의 업적 등에 대해 비중을 두었으며, 비공개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 수상자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결정되었다.

 

한편 제11회 천강문학상 및 제5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22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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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나비정첩 / 안광숙(필명:안이숲)

 

 

문틈에 나비 한마리가 다소곳이 날개를 접고 있어요

놋쇠 장식으로 된 고운 나비로 태어나 제대로 한번 날아보지 못한 어머니의 봄이

여름을 건너뛰려 하고 있네요

 

종손이라는 이름에 걸린 가문 한 채 간수하느라 공중을 떠돌아 잔잔한 이곳에 뿌리를 내린 당신

방문이 열릴 때마다 낮은 발자국 소리에 묻은 녹슨 고백 소리 사뿐히 들려옵니다

 

솜털이 시작되는 고향에서 나비무늬 박힌 치마저고리 입고 의령장에 구경 가던, 팔랑거리는 속눈썹 사이로 가볍게 날아오르던

어머니의 원행엔 연지곤지 찍은 꽃들마저 고개를 숙였던가요

 

얘야! 시집와서 빗장을 지키는 게 평생의 일이었단다, 느리게 접힌 쪽으로 아픈 고백을 쟁여둔 어머니

다음 생에는 날개를 달고 태어나지 마세요

몇 겹으로 박제된 풍장의 어머니 쇳가루 떨어지는 서러운 날갯짓 소리 수없이 들었어요

 

빗장에 방청 윤활제를 솔솔 뿌리면 마당 귀퉁이의 세월에 퍼렇게 멍든 잡초가 피어오르고

당신은 눈코입이 삭아 자구만 떨어져 내립니다

붉은 눈물이 소리가 되어 공중을 묶어 놓고, 납작하게 접힌 마음을 일으켜 이제 편안하게 쉬셔요

여닫이에 꼿꼿한 등을 붙들린 지 수십 년, 뒷목부터 낡아가는 수의는 그만 벗으셔도 되요

 

염습을 마친 8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겹겹이 에운 문틈 사이로 녹슨 쇠 울음소리 선명하게 들려오는 밤

당신의 평생 그 어디쯤에서 터지는 발성법을 익혀 이리도 가늘고 긴 곡비를 준비했을까

 

우리 한번은 서로를 열어야 하는데

어머니, 어느 쪽이 제가 돌아갈 입구일까요

 

 

 

 

 

[심사평] 오래된 사물에서 찾아낸 아름다운 시심

 

제11회 천강문학상 시부문에 전국에서 응모한 작품이 무려 2,300여 편에 이른다고 하니 천강문학상의 명성과 그 명성에 걸맞은 권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 많은 응모작 중에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작품이 140편이다.

 

본심에 넘어온 밀봉한 큰 봉투를 열었다. 작품에 응모자의 이름은 없고 접수 번호만 적혀 있다. 혹시라도 모를 정실에 따른 심사를 미리 방지하자는 뜻일 것이다.

 

모든 작품을 세 번에 걸쳐 되짚어가며 읽었다. 한 편이라도 허술하게 넘어가거나 오독하는 일이 없도록 한 구절 한 구절 곱씹듯이 읽었다.

 

작품들을 다 읽고 나서 '이 많은 작품이 왜 모두 비슷한 성향, 비슷한 흐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유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머리로 쓴 시만 있고, 깊은 서정이나 감성으로 독자의 가슴을 물들이는 시, 새벽 종소리처럼 영혼을 울리는 시는 보이지 않았다. 수다스러운 사변 때문에 지루할 정도로 긴 시만 있고, 언어를 응축하여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정갈한 시는 보이지 않았다.

 

요즘 시를 쓰는 사람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낯설게 하기'에 너무 심하게 공감한 탓일까. 새롭고 기이한 표현이 넘쳐나고, 상상의 날개를 단 시상들이 관념의 세계를 종횡무진 횡행하는 시어들이 난무할 뿐,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의 세계로 우화하는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작품들 앞에서, 나는 무엇을 공감하고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아야 할지 몰라 머뭇거려졌다.

 

그런 가운데서 골라낸 작품이 <일각고래> <저녁의 꼬리> <가정> <나비정첩> 등 네 편이다. 골라낸 네 편을 되짚어가며 열 번쯤 읽은 것 같다. 한 줄 한 줄의 시상이나 한 편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는 생각과 바탕에 깔린 정서와 오묘하게 감추어 둔 혜안을 놓치지 않으려 유의하면서 읽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정> <나비정첩> 두 작품을 놓고 고심했다. 두 작품 다 독자와 소통되는 언어로 이끌어 간 점이 맘에 들었고,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표현과 시어를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이 돋보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시상에 집중하는 사유의 일관성이 믿음직했다.

 

<가정>은 다문화 가정에서 김장하는 가족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 장치만으로도 이 시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 감각이 두드러진다. 뻣뻣하던 김장감에 소금을 뿌려 그 소금이 단단한 쪽과 부드러운 쪽을 오가면서 단단한 성질 절여질 때를 기다리는 시간을 거쳐 이국땅에서 온 저들도 곧 이렇게 버무려질까 하고 시상의 가지를 뻗어 가는 솜씨가 능숙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까치놀처럼 물드는 서정의 침윤이 부족하여 끝내 <나비정첩>의 손을 들고 말았다.

 

당선작으로 뽑은 <나비정첩>은 시어가 생경하지 않고 시상이 난삽하지 않고 정갈하면서도 붓에 듬뿍 묻힌 먹물처럼 마음속에 번지는 발묵이 고운 선을 남긴 작품이다.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여닫이 옷장의 나비 정첩이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녹슬어 가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한 생을 보는 딸의 마음이 아련한 슬픔으로 젖어든다. "놋쇠 장식으로 된 고운 나비로 태어나 제대로 날아 보지 못한 어머니의 봄"을 떠올리면서 "여닫이에 꼿꼿한 등을 붙들린 지 수 십 년"인 어머니의 생애를 돌아보며 "납작하게 접힌 마음을 일으켜 편히 쉬셔요"하고 어머니의 타계 앞에서 나비 정첩과 어머니의 생애를 하나로 융합한다. 비교적 긴 행으로 이어졌으면서도 운율이 흐트러지지 아ㅣㄶ은 것도 이 시에 내재한 정서의 흐름이 유연함을 방증한다 하겠다.

 

오래된 사물의 아름다움 속에서 새로운 시심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세계를 끝까지 견지해 산봉우리 하나를 이루는 좋은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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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황금송아지 / 배두순

 

 

코두레도 모르고

입가에 젖도 마르지 않은 새끼가 죽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온 동네의 경사였던 시절

그 금쪽같던 송아지가 죽었다

 

두런두런하던 어른들은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장작불이 달아오르는 담장을 넘어오는 젖내를

감나무에 묶인 어미가 모를 리 없었다

나무를 들이받으며 토해내는 거대한 울음에

하늘이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어른들은 부적의 붉은 댕기를 두 뿔에 걸어주고

막걸리 통을 대령하며 비손을 했다

그러한 사이,

새끼의 뱃속에서 나왔는지

뽀얀 젖 같은 국물이 가마솥에 가득했다

어른들은 국자를 집어넣어 국물을 퍼내고 도마를 눕혔다

그들이 차려주던 국물과 고기를 맛나게 멋으며

배부른 저녁식사를 하던 그날

붉은 도마 하나가 서쪽하는 긑까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길고 긴 핏빛도마였다

커다란 짐승의 누망울에 그렁그렁 넘쳐나느느

피눈물을 본 것도 그때였다

 

 

 

반달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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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원장 이선두 의령군수)는 의령군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제10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박혜영(서울 은평구)<수취인 불명>, 시 부문 김대호(경북 김천시)<허공버스>, 시조에는 변현상(부산시 사하구)<뭐든지 다합니다>, 아동문학 부문에는 한광일(경기도 고양)<주황색 응원>, 그리고 수필 부문에 박금선(서울 관악구)<달팽이의 꿈>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는 김민주(서울 송파구)<아주 가는 실 한가닥>, 시 부문 배두순(경기도 평택시)<황금송아지>, 시조에는 이영신(강원도 강릉)<소머리 국밥>, 아동문학 부문에는 양정숙(광주광역시)<감나무 위 꿀단지>, 그리고 수필 부문에 김영미(경북 경주)<슬픔의 무게>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4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 용덕초등학교 박예명 <매미>,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 부림초등학교 박서희 <나리꽃>, 중등부 부문 신반중학교 이린의 <코피 스터디>, 고등부 부문 의령여자고등학교 김고궁의 <天地救軍,천지구군>이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수취인 불명>은 우체국 직원인 주인공이 외국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그 행적을 추적하는 소설로, 치밀하고 정교한 소설적 요소들이 만들어낸 빛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2개월 동안 5개부문(, 시조, 소설, 수필 ,아동문학)에 걸쳐 공모한 천강문학상에 역대 최다 인원인 10075,111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2761930, 시조에 113791, 소설에 161272, 아동문학에 2541,512, 수필에 203606편이 접수되었고,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한편 시상식은 홍의장군 곽재우 탄신일인 오는 26일 오후 2시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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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허공버스 / 김대호

 

 

허공은 만원버스다

발 디딜 틈은 고사하고 숨쉬기도 힘들다

곗돈 떼인 여자가 친정 언니에게 무선 전화를 한다

말을 내보내는 동안에도 여자의 몸은 점점 뚱뚱해진다

머리에 파일로 저장된 분노는

압축이 풀리면서 온몸으로 번진다

여자의 입에서는 속기로도 받아적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일부만 언니의 귀에 담기고 나머지는 허공을 탄다

다음 정거장에서

무단 질주하는 카 오디오의 고음이 승차한다

심지어 소리가 되지 못한, 그러나 충혈된 눈빛으로 읽을 수 있는

억울하고 치욕스럽고 한 맺힌 생각들 승차한다

잠자는 사람의 헛소리까지 보태진다

이제 허공버스는 멸균 안 된 말과 생각의 승객으로 인해 고약한 냄새까지 난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바퀴가 펑크가 날 지경이다

중력도 없이

비어 있다고 믿었던 허공

죽은 다음에 내 혼의 거처가 될 것이라고 상상한 그곳,

무색무취의 노선을 오가는 버스는 지금 만원이다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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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원장 이선두 의령군수)는 의령군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제10회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소설 부문에는 박혜영(서울 은평구)<수취인 불명>, 시 부문 김대호(경북 김천시)<허공버스>, 시조에는 변현상(부산시 사하구)<뭐든지 다합니다>, 아동문학 부문에는 한광일(경기도 고양)<주황색 응원>, 그리고 수필 부문에 박금선(서울 관악구)<달팽이의 꿈>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 부문에는 김민주(서울 송파구)<아주 가는 실 한가닥>, 시 부문 배두순(경기도 평택시)<황금송아지>, 시조에는 이영신(강원도 강릉)<소머리 국밥>, 아동문학 부문에는 양정숙(광주광역시)<감나무 위 꿀단지>, 그리고 수필 부문에 김영미(경북 경주)<슬픔의 무게>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4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 용덕초등학교 박예명 <매미>,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 부림초등학교 박서희 <나리꽃>, 중등부 부문 신반중학교 이린의 <코피 스터디>, 고등부 부문 의령여자고등학교 김고궁의 <天地救軍,천지구군>이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수취인 불명>은 우체국 직원인 주인공이 외국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그 행적을 추적하는 소설로, 치밀하고 정교한 소설적 요소들이 만들어낸 빛나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2개월 동안 5개부문(, 시조, 소설, 수필 ,아동문학)에 걸쳐 공모한 천강문학상에 역대 최다 인원인 10075,111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보면 시에 2761930, 시조에 113791, 소설에 161272, 아동문학에 2541,512, 수필에 203606편이 접수되었고,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500만원,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한편 시상식은 홍의장군 곽재우 탄신일인 오는 26일 오후 2시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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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편백나무의 영토 / 최류빈

 

 

면면이 창백한 사람들 어깨 접고 섰다

여기부턴 백의종군의 성토라는 듯 흰 돌 줄 지어 방어진을 펴듯

빙벽 너머에선 얼음 부서지는 소리 풋내 가시지 않은 고사리들이 손을 엮더라

물의 결정들이 고공침투하는 이 계절 예측된 왜란은 없다

 

나를 밀어낸 이 땅의 생채기다 아니 내가 속한 영토의 설움이다

나 밀어낸 저 이기의 숙명이다 아아, 너를 뒤덮는 물이-

함초롬히 오른다

 

그 속에서 고고한 죽문(竹文) 청화백자 하나

전운을 감지한 듯 바닥부터 미묘히 진동하고 있다

그저 대나무 줄기 죽비처럼 뻗어 저 장롱 속에 웅크리면

약탈될 뿐 절대 깨어질 일 없는 백자의 관상

왜놈들의 신줏단지라도 모시며 반짝거릴 수도

어디 가 빌붙어 치욕스레 요강이나마 살 수 있었다

바람 앞 불길이 거세, 고왔던 유약 다 녹아나는 시간

백자는 이토록 찬란한 사금파리가 되는 방식, 스스로 택한 거다

먼저 청학 날아가던 날개 깨 집어 아무렇게나 겨누고

부리가 그려졌던 조각 집어 칼처럼 끝을 맞드는 거다

고고한 외다리 학은 집어 치우고 털 뽑힌 민둥 두루미처럼

두 다리 벼락처럼 지상에 꽂는 비수

그 다음은 구름이 살았던 길을 어루만져보는 거다

깨진 구름이야말로 심장에 낮게 걸려 두려움 가려주는 방패를 살아

저기 굴러다니는 대나무 뼈와 깨지지 않는 학의 눈동자

구름에 가린 달처럼 푸르게, 붉게 점염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끝 마다 이 생의 지문 다 묻히고

불꽃 속부터 다시 구워지는 탄신이 저 편에서 오는데

백의 벗고 푸른 눈동자 켜는 조각들 쩍쩍 대륙처럼 갈라지다가

눈동자 속 스테인드글라스로 딱, 휘영청 야밤의 빛 머금다가

 

숲의 육신에 가로줄을 긋고선 점멸하는 눈

초록에 새하얀 눈 침범해도 이 곳은 아무래도 편백나무의 땅

북유럽 어느 비밀의 숲처럼 아무리 밀어도

길쭉한 장대, 장승처럼 서서 하는 무언의 포효

표정을 지우고 곁을 내주면 장성을 쌓아

머리를 털고 탈고하는 계절,

 

눈 내린 편백나무 설경, 하얀 숲에서

깨어진 죽비 틈으로

붉은 상처 밀려 오르더라

 

 

 

 

오렌지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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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은 제9회 천강문학상 작품공모 944명의 1088편의 작품으로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인 올해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의령군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체한 제9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는 의병의 날인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접수한 제9회 천강문학상 작품 공모에서 모두 944, 4842편이 접수돼 지난해 제8888, 4671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답게 천강문학상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분야별로는 시에 2701907, 시조에 111787, 소설에 142247, 아동문학에 동시 1541088편과 동화 70명에 218, 수필에 197595편이 접수됐다.

 

심사는 비공개로 하여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수상자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특히 예심은 물론 본심까지 심사위원들의 휴대전화기와 스마트폰을 모두 반납케 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장소인 의령을 찾아 곽재우 장군과 휘하 17장령 및 의병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익사에서 참배를 한 후 천강 홍의장군으로 잘 알려진 곽재우 장군의 생애와 사상, 철학, 문학의 업적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심사에 임했다.

 

각 부문별 대상은 시 부문 대상에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유종서(51) 님의 나비물이 차지했다.

 

시조에는 광주 북구에 사는 이성목(57) 님의 쇠뿔, 소설 부문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미진(55) 님의 중편 달려라 자전거, 아동문학 부문에는 경북 구미시에 사는 김수희(45) 님의 동시 덩굴장미, 그리고 수필 부문에 경남 함양군에 사는 허정진(61) 님의 냇내, 그리움을 품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시 부문에 광주 북구에 사는 최류빈 님의 편백나무의 영토가 차지했으며, 시조 부문에 경기 안양시에 사는 정미경 님의 목인’, 소설 부문에 전북 군산시에 사는 이준호 님의 단편 12조 제2’, 아동문학 부문에 경기 안산시에 사는 최은경 님의 동화 삼색 고양이, 냥고’, 수필 부문은 경북 포항시에 사는 안희옥 님의 청에 젖다가 각각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심사 위원은 본심은 시 부문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로 진주교육대학교 교수이신 송희복 님이, 시조에는 시조시인 홍성란 님이, 소설부문에 소설가이며 경성대 교수이신 조갑상 님이, 아동문학에는 아동문학가인 배익천 님이, 수필에는 문학평론가이면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이신 유한근 님이 각각 맡았다.

 

예심은 시 부문에 시인 성선경 님과 시인 김수우 님, 시조 부문에 시조시인 변현상 님과 시조시인 정경화 님, 소설 부문에 소설가 김가경 님과 문학평론가인 가톨릭관동대 강동우 교수님, 아동문학 부문에 동시인 김이삭 님과 동화작가 박선미 님이, 그리고 수필에는 수필가인 허숙영 님과 수필가 이운경 님이 맡았다.

 

시상식은 곽재우 장군 탄신 466주년 다례식(2018107)에 즈음하여 오는 105일 금요일 오후 2시 의령군민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은 1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한편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인 천강문학상은 의령군이 의병장인 곽재우 천강 홍의장군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충의정신 함양 및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은 물론 인물의 고장인 청정 의령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으로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 주최아래 의령문인협회가 주관을 맡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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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나비물 / 유종인

 

 

박수소리를 듣는다 그 수도가 박힌 마당은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콸콸콸 물의 박수를 쳐준다

꾸지람을 듣고 온 날에도 그늘이 없는 박수소리에

손을 담그고 저녁별을 바라는 일은 늡늡했다

그런 천연의 박수가 담긴 대얏물에 아버지가 세수를 하면

살비듬이 뜬 그 물에 할머니가 발을 닦으셨다

발등의 저승꽃에도 물을 줘야지

그런 발 닦은 물조차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한 번 박수를 부은 물의 기운을

채송화 봉선화 사루비아 눈치 보는 바랭이풀 잡초까지 물너울을 씌워주고도

박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쯤을 남긴

세숫대야 물을 내게 들려 손님을 맞듯 대문을 여신다

뿌리거라, 길이 팍팍해서야 되겠냐

흙꽃*에게도 물을 줘야지

최대한 물의 보자기를 펼치듯 헹가래를 치는 물

마지막 박수는 이렇게 들뜬 흙먼지를 넓게 가라앉히는 일,

수도꼭지가 박수쳐서 보낸 물의 여행은

아직도 할머니 발등을 적시고 유전(流轉)하는 박수소리로

길을 떠나 사루비아 달콤한 핏빛에도 스며뒀으니

실수하고도 박수를 받으면

언젠가 갸륵한 일들로 재장구쳐오는 날도 있으리라

끝없이 마음의 꿀을 물어오는 저 물의 호접(蝴蝶)

어느 근심의 그늘 밑에 두어도 내내 환하다

 

* 흙꽃: 흙먼지의 방언

 

 

 

 

얼굴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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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말의 몸짓과 삶의 율동으로서의 시

 

2018년 제9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수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2천 편 가까이 모여진 작품 중에서 대상 한 편, 우수상 한 편을 고르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주최하는 쪽에서 그나마 예심과 본심을 구분해 일감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심사하는 일을 그런대로 수월하게 갈무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번 대상 수상작을 나비물로 선정했다. 선정하는 과정에서, 예상한 것에 비해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작품을 선정하면서, 나는 시()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의 틀을 세워볼 기회를 가졌다. 내가 늘 시니 소설이니 비평이니 하는 생각 속에서 오래 동안 살아 왔어도 오랜 문학적인 체험에 의한 원론을 체계화시켜본 일은 없어서였다.

 

우선 시는 말로 이루어진 것이다. 세상에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 중에서도 수많은 언어 행위의 한 가지가 바로 시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말이 되지 않는 말이 있다면, 그게 시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언젠가 짧은 예문을 만들어 보았다. 말이 되지 않는 말의 한 예문을 삼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를 통해 만들어본 의미론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본 예문은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

 

였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색깔 없는 푸른 생각들이 깊이 잠자고 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번역 문장을, 무색투명에 가까운 녹색 관념이 극단적으로 잠자코 있다, 라고 수정한다고 해도 의미론적으로 완결되지 않는 듯싶다. 이와 같이, 말이 되지 않는 말이 바로 시의 (혹은, 시적) 언어인 것이다. 촘스키는 말이 되지 않는 말의 예문을 만들다가, 우연히 (혹은, 우연찮게) 한 문장으로 된 시를 창조한 것이다.

 

대상 수상작인 나비물'마당은 박수를 쳐주고, 나는 박수 소리를 듣는다.'라는 말이 되지 아니한 말의 상황에서 시상이 비롯되고 있는 시다. 나는 애최 이 도발적인 언술 상항을 주목했다. 시의 소재가 되고 제목으로 활용된 '나비물'이라는 말도 재미가 있었다. 나비물의 사전적인 의미로는 '옆으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을 가리킨다.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는 것처럼 시각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말이다. 말들이 쌓여 있는 창고 속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말도 이제 주인을 만난 셈이다.

 

시인은 자기 나라의 말을 사랑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이다. 우리나라 시인이라면 응당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의 끝을 좇아야 한다. 대상 수상자 나비물에서 너울처럼 큰 물결로 펼치는 과장적인 표현의 '물너울'과 흙먼지의 방언이라고 알려진 '흙꽃'의 대조는 삶의 율동처럼 느껴진다.

 

다시, 시란 무엇인가?

 

시는 말씀 '()' 변의 의미부와 절 '()'의 음성부로 이루어진 자형과 자원을 가진 말이다. 말로 된 것이 시다. ()는 시()로도 읽힌다. 이 말은 다시 두 겹의 뜻으로 쪼개어지기도 하는데, 터전()과 마디()가 바로 그것이다. 마디는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시는 말로 된 규칙적인 터전(형식)을 지녔다. 청각적인 율동의 반복 재생이 시의 형식이다. (운문)에는 줄글(산문)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구성진 말의 물결 같은 흐름이 있다. 그래서 말의 몸짓이 뚜렷한 시일수록, 언어의 육체성을 부여하는 말짓의 현저한 소산으로 한결 남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수상작인 나비물은 말의 내면적인 몸짓을 가졌고, 또 이것은 삶의 율동이라는 내용을 추스르고 있다. 마당에 물을 뿌리는 일도 비범한 것으로 승화시킨다. 7080과 같은 지나쳐온 삶의 내력이 후락한 풍경화처럼 그려져도, 우리에게는 언제나 무수한 기억들, 숱한 사연들이 소환되고 있거니와, 이 가운데서도 마당에 나비물을 끼얹거나 한 바가지나 한 대야의 물도 유전하거나 한다는 생각에는 우리에게 무언가 '재장구쳐오는'울림과 감동 같은 게 있다.

 

수상자 유종서 씨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올해 한글날을 며칠 앞둔 시상식 날에 면전에서 축하라도 해야 하는데 예정된 한글날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 우수상을 받은 최류빈 씨에게도 앞으로 창작의 건투를 빈다. 이서와 구애영라는 이름으로 된 두 분의 후보자들에게도 아쉬움의 말을 전한다.

 

- 심사위원 송희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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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홍의장군의 노래 / 임승환

 

 

나의 이름을 칭송하지 마라

임진년에 나 홀로 붉었더냐

진달래 철쭉 영산홍 자산홍

모두 일어나 온 산이

불 탓 듯이, 내 이름 위로

의병들의 선혈이 붉게 젖었다

백철쭉도 배경으로 섞여 있어 더욱

선명했다 강물이

어찌 왜구들의 피만 흘러 붉었겠느냐

그들도 나와 함께 싸웠고

내 명령에 죽었으니

장수의 죄는 공보다 높다

내가 산꼭대기에 있었다고 내 이름만 드높이면

어찌 그들 곁에 눕겠는가

진달래 철쭉 영산홍 자산홍

충익사 오는 길에 꽃들이 피거든

들어보라 의병들의 울긋불긋한 노래를

 

 

 

 

노마드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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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최종심에 남은 작품은 임승환의 홍의장군의 노래, 육남원의 벽곡, 정와연의 망치의 생각, 정연희의 종이 한 장그리고 최분임의 빈 목간을 읽다등 다섯 사람의 작품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최분임의 빈 목간木簡을 읽다,맨드라미그리고 부활초를 대상으로, 그리고 임승환의 홍의장군의 노래를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우선 대상을 받은 최분임의 시 빈 목간을 읽다를 살펴보면 시어의 표징성이 뛰어나고 시를 이끌어 가며 주제로 육박해 들어가는 집중력과 힘이 탁월하다고 보여진다.

 

(전략)...토기를 빚던 손을 빌린 나무둥치가/수신인 당신의 눈 코 입을 묻네요/빗살무늬 캐던 동물 뼈는 잠의 미간처럼 생각이 많아/기다림을 새기기 적당하죠/좀처럼 속내 드러내지 않는 보름달이/당신에게 대신 전할 목간木簡을 읽기 위해/더 밝은 높이에 눈동자를 띄우네요/산길을 향해 구부정하게 걷는 달빛/반짝, 허리가 펴지네요/거미줄처럼 널린 감정들이 강물의 명경明鏡/뾰족한 빗살무늬로 비칠까 옹이는 지우고...(후략)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능수능란한 언어의 마술사적 필치로 목간의 표징성을 감각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시인의 렌즈에 잡힌 목간은 빗살무늬토기를 빗던 어느 먼 선사의 것일 수도 있고, 당신에게 전할 나의 간절한 마음결일 수도 있다. 그러한 시적 소재와 모티프를 요리조리 끌고 다니며, 언어로 요리해 내는 솜씨가 훌륭한 셰프의 칼놀림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또한 최분임 씨의 다른 작품인 부활초에서 간절하지 않는 생은 어디에도 없다/사막의 모가지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와 같은 결구에서 보여주고 있는 생명애의 약동과 부활의 소망이라는 주제가 무리한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맺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작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또한 그의 다른 작품 맨드라미도 수작으로 꼽힌다. 대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날카로운 직관력이 번득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진정성 있는 좋은 시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들어 최분임씨의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임승환의 홍의장군의 노래등은 특히 시적 구성의 힘과 운율미 비장미가 대단히 곡진하게 표현되어 있어 진실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진정성의 미덕이 돋보였고, 나름대로 시를 완성해 내는 형상력이 우수하여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나의 이름을 칭송하지 마라/임진년에 나 홀로 붉었더냐/진달래 철쭉 영산홍 자산홍/모두 일어나 온 산이/불 탓 듯이, 내 이름 위로/의병들의 선혈이 붉게 젖었다.....”(후략)

 

임승환씨는 한 편의 시로 홍의장군 곽재우의 내적 고뇌를 나름대로 성의 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홍의장군을 시적 화자로 끌어내어 전승을 자신의 공과로 돌리지 않고, 전장에서 함께 피 흘리며 싸우던 다른 의병들에게 오히려 공을 돌리는 인의 장수 곽재우를 과장하거나 영웅시 하지 않고 무리 없이 시적으로 살려내어 서사시로서의 묘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다소 서사에 치우치다 보니 시의 미적장치와 긴장미가 덜하다는 약점이 노출이라는 아쉬움에 선자를 망설이게 했지만, 요즘 한국 시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사에 주목했다는 점과 시를 대해는 진정성이 느껴져 기꺼이 우수상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모쪼록 더욱 분발하여 우수상에 답하는 좋은 시를 보여주기 바란다.

 

입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나머지 응모작들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용솟음치고 있어 한국 시단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입상자들의 무한한 발전을 바라며 천강문학상이 전국적인 응모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뛰어난 시인들의 등용문으로서 한국 시단에 크게 이바지해 가기를 소망한다.

 

- 본심 심사위원 김재홍(문학평론가, 백석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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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빈 목간을 읽다 / 최분임

 

 

도토리 몇 알이 칭얼대는 허기를

달래기도 전 보름달이 도착했네요

채집의 종족에게 식욕은

말린 생선 비린내에도 체면을 차리지 않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끼니를 기다려며

생선뼈로 저녁을 불다 지친 아이들

여러 차례 달이 흘리는 육즙을 기웃거릴 때

당신을 마중 나간 길은 금새 어두워지죠

그림자로 일렁이던 당신이 영원이 되기까지

따로 내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죠

주인 잃은 돌베개가 웅크린 짐승을 닮아가는 밤

당신의 팔베개에서 식은 잠이 갈비뼈 한 귀퉁이를 뒤적여

사그라진 불씨, 당신을 이룩하네요

식은 것은 뜨거웠던 것의 표정이라고 말한 게

둥근 당신이었나요, 날카로운 나였나요

토기를 빚던 손을 빌린 나무둥치가

수신인 당신의 눈 코 입을 묻네요

빗살무늬 캐던 동물 뼈는 잠의 미간처럼 생각이 많아

기다림을 새기기 적당하죠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보름달이

당신에게 대신 전할 목간木簡을 읽기 위해

더 밝은 높이에 눈동자를 띄우네요

산길을 향해 구부정하게 걷는 달빛

반짝, 허리가 펴지네요

거미줄처럼 널린 감정들이 강물의 명경明鏡 

뾰족한 빗살무늬로 비칠까 옹이는 지우고

새순처럼 돋아날 나를 고르고 고르죠

달빛이 나를 다 읽었다는 듯이

끊기고 번진 그림문자들

새벽빛으로 고쳐 멀어질 때까지

 

 

 

실리콘 소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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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오영호 의령군수)는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제8회 천강문학상 수상자와 제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접수한 제8회 천강문학상은 888명에 4671편이 접수되었고 제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은 168명에 254편이 접수됐다.

 

분야별로는 시에 2781995, 시조에 91659, 소설에 141236, 아동문학에 동시 1481080편과 동화에 54164, 수필에 176537편이 접수됐다.

 

천강문학상 부문별 대상으로 시 부문 최분임(경기 시흥)<빈 목간을 읽다>가 차지했다.

 

시조에는 김환수(대구)<3대 조폭>, 소설 부문에 이수조(경기 하남)의 단편 <해무의 시간>, 아동문학 부문에는 안선희(서울 금천구)의 동화 <살구나무 할아버지>, 그리고 수필 부문에 이혜경(부산 해운대구)<각도를 풀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2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대상은 초등학교(저학년부) 부문에 낙서초등학교 정태호의 <아빠와 좋았던 일>, 초등학교(고학년부) 부문에 의령초등학교 김수현의 <할머니와 나는 평행선>, 중등부 부문에 정곡중학교 서현명의 <솥바위>, 고등부 부문에 의령여자고등학교 윤승지의 <알바트로스>가 영광을 차지했다.

 

시상식은 오는 930일 토요일 오후 2시 의령 군민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8회 천강문학상은 시를 비롯해 시조, 소설, 아동문학, 수필 등 5개 부문에 걸쳐 공모를 했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은 1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부문 대상은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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