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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간다 / 김인숙

 

 

붉은 캥거루가 집에 간다

사막의 끝에서 날이 저물면 집도 집에 간다

 

집이 있어 집에 가고 집에 든 채 집에 가고 집이 없어도 집에 간다

 

집에는 엄마가 있고 엄마 속에 집이 있고 없는 집에도 엄마는 있다

 

나무는 선 자리에서 잠이 드는 노숙이여서

바람을 덮으며 등을 붙이면 눕는 자리마다 집이다

 

붉은 캥거루 새끼는

앞발로 안고 뒷발로 뛰는 엄마의 품에서 엄마의 엄마가 있는 집에 간다

 

엄마도 나도

집은 비를 맞아도 집이다

비가 새도 집이다

 

엄마가 없어도 엄마는 있다 갈 데가 없어도 갈 데가 있다

 

사막에 널린 게 집이지만

성장이 멈추지 않는 붉은 캥거루는

사막 끝에 있는 자기 집으로만 간다

 

추위에 얼어붙은

붉은 몸이 들 수 있는 집

든든한 꼬리가 받쳐 주는 집

 

엄마는 아무리 멀어도 엄마여서

때가 되면 바람도 집에 가고 안개도 집에 간다

 

세상 모든 것이 집에서 나와 집에 간다 날이 저물면 껑충껑충 뛰어서 가는

 

붉은 캥거루의 집에는 붉은 캥거루의 붉은 엄마가 있다

 

 

 

 

 

소금을 꾸러 갔다:김인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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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제8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60) 시인이 선정됐다. 미발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한 ‘제8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인숙 시인의 ‘집에 간다’가 뽑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192명 960편이 응모됐으며 최종 본심에 올라온 10명의 시 50편을 최종 본심에 상정해 심사했다”며 “많은 응모작 가운데, 김인숙 시인의 비약적 발성과 상상력과 언어기획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김인숙 시인은 경북 고령 출생으로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꼬리’, ‘소금을 꾸러 갔다’, ‘내가 붕어빵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으며, 경북문협 사무국장과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구상문학관 ‘언령’ 지도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인숙 시인은 “순수 서정시의 본령이자 고결한 인품의 표상이신 석정 선생님의 시 세계를 또 하나의 집으로 삼아 탄력을 얻게 되었다”고 당선소김을 밝혔다.

시상식은 9월 25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더불어 석정문학제(9월 26일 전북보훈회관), 석정문학 세미나(10월 9일 석정문학관) 등도 이어진다.

석정시문학상은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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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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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제8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60) 시인이 선정됐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는 9일 “제8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 시인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지난 2013년 절필 선언 후 8년 만에 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속의 시들이 보여주는 섬세한 관찰과 발견의 묘미, 절묘한 표현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고 밝혔다.

 

신달자 심사위원장 등은 “해방 후 교원노조 활동을 하고 독재의 탄압에 고초를 겪은 신석정 시인의 이력과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과 정치적 신념으로 한동안 절필을 했던 안도현 시인의 이력이 어느 부분 겹친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수상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북항’ 등의 시집을 냈고,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등의 동시집과 다수의 동화를 쓰기도 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됐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도현 시인은 “스무 살 이후 40년 동안 전북에 살면서 신석정 시인을 흠모하며 따랐던 분들에게서 문학을 배웠다. 그 문학이 저의 뼈대를 만들어주었다”며 “신석정 시인의 이름으로 상을 주신다니 두 손으로 받겠다” 큰 시인이 앉아 계시던 언덕과 시인의 눈에 들어간 그 바다를 잊지 않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9월 25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더불어 석정문학제(9월 26일 전북보훈회관), 석정문학 세미나(10월 9일 석정문학관) 등도 이어진다.

석정시문학상은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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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관 / 김영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진안 출신의 이운룡 시인이 선정됐다. 함께 시상하는 석정시촛불문학상에는 김제예총 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의 유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민국 문인으로 문학적 성과가 지대하며 발표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시인을 종합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이향아 위원장을 필두로 김종, 김주완, 복효근, 조미애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 19일 전북예총회장실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111명이 시 550편을 응모했으며, 최종 본심에는 10명의 시 50편이 올랐다. 김영 시인은 대표작 바람 관()’을 통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김영 시인은 사고의 깊이와 언어 조사력이 매우 탁월하다. 바람 관()’은 그가 얼마나 시업에 열심히 정진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에 김영 시인은 이번 수상은 제게 시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자만심도 버리고 시가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는 음도 버리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나는 석정 선생님의 섬세한 언어 감각과 공동체적인 문제의식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7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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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 이운룡

 

 

산새들의 집에는 어떤 슬픈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아무리 엿보려 해도 창이 없다

 

침 발라 구멍을 내고

눈알을 방안으로 밀어 넣으려 해도

누런 창호지 봉창이 없다

 

오직 방문 하나

빠끔히 열어놓고 사는 집이거나

하늘 전체가 인 산새들의 집,

 

그래서 하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들은 깃을 쳐 하늘을 파랗게 쓸고는

저들끼리만 마음대로 들고난다

 

하늘의 마당은 넓기만 하다

그래도 아무나 발 들여놓지 못한다

몸을 줄이고 뼛속까지 비워서 가벼운 새,

그 중 뼈 몇 개 추리고 또 추려서

얽어맨 산새들만 들락거린다

 

호롱 호오롱 호오로롱……

 

먼 날의 아픔을 삼키다 가시에 찔린

죽음보다 더 슬픈 눈비의 노래가 되어

하늘의 집을 지키면서.

 

 

 

 

풍경은 바람을 만나면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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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제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진안 출신의 이운룡 시인이 선정됐다. 함께 시상하는 ‘석정시촛불문학상’에는 김제예총 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의 유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민국 문인으로 문학적 성과가 지대하며 발표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시인을 종합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이향아 위원장을 필두로 김종, 김주완, 복효근, 조미애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 19일 전북예총회장실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석정시문학상 심사평으로 “이운룡 시인은 문학을 천명으로 받아들여 반세기가 넘는 시의 길을 한결같은 열정으로 매진해왔으며 현재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문학교육자로서 그는 외곬의 삶에 근면한 농부의 자세로 임해왔다”고 밝히며 “그의 구도적 정신과 지속적인 자세, 밀도 있는 작품의 가치는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서 매우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으로 있는 이 시인은 전북문인협회장과 표현문학회장, 전북문학관장을 역임하며 문단의 토양을 가꾸는 일에 앞장서왔다.

이운룡 시인은 수상소감으로 “한국문단의 큰별 신석정 선생님은 내가 시의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흠모하는 큰별이었으며 우렁우렁한 목소리와 시인의 풍모는 언제나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며 “이번 수상은 신 선생님이 점지해 주는 상이라고 생각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7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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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리의 암자 / 신달자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짜글짜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낙지가 꿈틀 상 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 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이 놓인 플라스틱 작은 상이 휘청거립니다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조금씩 비워지는

잘 익은 감빛 포장마차는 한 채의 묵묵한 암자입니다

새벽이 오면

포장마차 주인은 밤새 지은 암자를 거둬 냅니다

손님이나 주인 모두 하룻밤의 수행이 끝났습니다

잠을 설치며 속을 졸이던 대모산의 조바심도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거리의 암자를 가슴으로 옮기는데

속을 쓸어내리는 하룻밤이 걸렸습니다

금강경 한 페이지가 겨우 넘어갑니다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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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6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이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남원 출신인 이춘호 씨의 시 도마가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운룡 석정시문학상 심사위원장과 박찬선·구재기·최동호·김종섭 시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지난 9일 토의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13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31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된다.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인품과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됐다. 문학의 성과가 높은 국내 시인 중 1명을 선정해 시상하고 상금 30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신석정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군수 석정문학관장은 최종심에 앞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석정시문학상후보자 10명을 추천, 본심에 상정했다. 예심에서 올라온 후보자 10명 중 서류 심사를 통해 7명으로 압축한 뒤, 내부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신달자 시인이 만장일치 의견을 얻어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단은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인 신달자 시인에 대해 초기 시집 <봉헌문자>, <고향의 물>, <모순의 방>, <아가> 등을 통해 아픔의 침묵 속에 헌신하는 진실을 제시하면서 한결 높은 차원으로 인간 생활의 본질과 숙명적 상실감을 노래했다면서 특히 최근 시집 <종이>, <북촌>을 보면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달자 시인은 독자적인 자기만의 시세계를 구축했음과 동시에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확고하게 위치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신달자 시인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1972<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봉헌문자>, <열애>, <종이> 11권을 비롯해 장편소설과 수필집을 다수 집필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고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예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춘호 시인은 남원 출신이며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을 받고 시집 <그대 곁에 먼지로 남고 싶습니다>와 산문집 <내일의 태양은 오늘이 빚는다>를 썼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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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 이춘호

 

 

칼을 맞는다 오늘도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누군가에겐 넉넉한 저녁나절

나의 몸은 야위어간다

짧은 다리로 버티며 칼을 맞고 자란다

누군가의 부활을 위해, 나의 반듯한 이마에서는

간밤의 이십 대 객기와 숙취도 나자빠지고

몸뚱아리 선듯 칼끝에 내어주고

칼끝에 남루해진 마늘 한 쪽도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허물까지도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 야윈 알몸으로

닳고 닳아 낸 몸에 작은 언덕이 생기면

그때서야 그리움이

마악 내 몸을 떠난 자들아

 

재화는 없고

항상 등 뒤엔 어둠만 켜켜이 남았다

자꾸만 박혀오는 훈장 같은 문신 혈관 가까이 새기며

서툰 몸짓으로 찢기고 나브끼고

신음과 통곡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모두들 귀가를 서두를 즈음

어느 저녁나절 내 몸이 목탁 소리로 익어갈 즈음

이 몸을 빌어 모두들 부활을 꿈꾸고

결코 칼은 나를 배반하지도 떠나지도 않는다

 

끝내

낭자한 칼자국 소리 다정해지면

뽀얗게 원시의 건강한 나뭇결

본래의 무늬로 되살아나고

칼은 또 다른 내 몸이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6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이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남원 출신인 이춘호 씨의 시 도마가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운룡 석정시문학상 심사위원장과 박찬선·구재기·최동호·김종섭 시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지난 9일 토의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13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31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된다.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인품과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됐다.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후 당선자를 뽑는 신석정촛불문학상석정촛불시문학상1명당 응모작 5편씩 응모를 진행했다.

 

예심위원은 모두 215명의 1075편에 달하는 응모작을 살펴본 후 12명의 시 60편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위원은 각자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시 2편을 집계한 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춘호 씨의 시 도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박찬선 심사위원은 이춘호 씨의 시 도마에 대해 빼어난 상상력과 언어미로 함축된 시적 기량을 흠잡을 데 없이 표상했다고 평했으며 최동호 심사위원은 이미지가 간결 명쾌하며 작품의 전체적인 언술 형태의 밀도나 완성도가 좋다고 말했다.

 

이춘호 시인은 남원 출신이며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을 받고 시집 <그대 곁에 먼지로 남고 싶습니다>와 산문집 <내일의 태양은 오늘이 빚는다>를 썼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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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 살구꽃 / 조경섭(조선의)

 

 

산소 불꽃이 분필 선을 따라가면

무쇠 철판이 힘없이 잘려나간다

쇠톱이나 전동공구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두께

태평공업사에서는 태평하게 절단된다

야성의 속살 태우는 불꽃은 허공 속으로 소멸되고

고성을 지르며 흩어지는 쇳소리가

급류의 소용돌이 같은 귓바퀴를 돌아나와

철공소 바닥에 소복이 쌓였다

시간을 하나로 잇는 태초 이후의 빛은

프라나*의 온기를 식물성으로 분류했다

마른 줄기를 타고 올라와 꽃받침에 닿으면

온 동네 튀밥 튀기듯 꽃을 피웠다

모든 색조가 빅뱅의 어둠에서 방출되고

46억 년** 동안 빛에 대한 골똘한 명상이

꽃이라 불리는 독특한 별을 탄생시켰다

우주 귀퉁이에서조차 쉽게 들키는 분광은

눈앞에서 초신성이 되어 사라지고

지상에 불시착한 풀씨들은 꽃대궁을 뽑아 올렸다

어디론가 사라진 순간들이

텅 빈 어둠의 동공을 채우고 있다

철대문 틈새로 번쩍번쩍 불똥 튀는 태평공업사

분필 선의 뒤돌아본 흔적으로 길어진 골목이

구부러진 자세를 풀고 있다

아득할수록 더 명징한 빛의 씨앗들이

봄 하늘 꽉 차게 끌어안고 살구꽃 피었다

 

* 요가 언어로 기 또는 에너지

** 지구의 나이

 

 

 

돌이라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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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는 5회 신석정 촛불문학상수상자로 조경섭 시인의 시 태평동 살구꽃이 뽑혔다.

 

신석정 촛불문학상 심사는 김규화, 유자효, 김주완, 이숭원 씨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에서 올라온 10명의 후보 가운데 조경섭 시인의 태평동 살구꽃을 뽑았다. 이 작품은 시작 체제 갖춤이 매우 빼어났다. 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조경섭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기독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 시인은 민족정신과 시 정신을 지키고 세우신 석정 시인의 문학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석정 촛불문학상 상금은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석정문학제와 함께 1013일 오후 2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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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 이향아

 

 

바람이 불자

안개가 실크스카프처럼 밀린다

밀리고 흘러서 걷힐지라도

도시의 뒷골목 넘치는 하수구와

한 길 사람 속과

오래 가지 못할 거짓말과

무던한 안개가 품고 있던 것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안개와 친해져서

사거리 터진 마당의 애매한 취기

불확실한 경계

용서할 수 있는 미결의

꿈속 같은 그늘이 불편하지 않다

 

안개 걷혀도 미지수의 괄호들은 남을 것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차라리 자욱할 때 평안들 하신지

어슴푸레 열릴 듯한 은은한 천지.

 

 

 

안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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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삶에 대한 깊은 성찰

 

5회 신석정문학상 후보작으로 예심에서 올라온 시인은 모두 일곱 분. 그리고 참고해 줄 것을 당부한 시인은 서른한 분이었다. 그만큼 최고의 수상자를 선정하고픈 운영위원회의 고심이 느껴졌다. 심사위원들은 그 가운데 이향아 시인의 시집 <안개 속에서>를 뽑아 들었다.

 

이향아 시인은 삶이 문학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정도로 문학적 생애가 경건하다. 또한 삶이 육화된 중량감 있는 시로 문학적 전이를 거쳐 무한 형성되었다. 수상 시집에 실린 나무는 숲이 되고 싶다는 함께 살아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조용하게 일깨워준다.

 

누구를 내쫓거나 돌려세우지 않습니다/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은 꿈/그 꿈 하나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는 결구는 시인의 인생관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 밤나무’, ‘왜 이렇게 얼었어같은 작품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향아 시인은 화가로도 활약하며 시화일률(詩畵一律)의 전통적 예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분이다. 이번 시상은 이 시인의 문학 생애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신인상인 신석정 촛불문학상은 예심에서 올라온 10명의 후보 가운데 조경섭 시인의 태평동 살구꽃을 뽑았다. 이 작품은 시작 체제 갖춤이 매우 빼어났다. 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 심사위원 : 김규화·김주완·이숭원·유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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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때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 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해서 듣던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엔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 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인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 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 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 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 다니는 하루 수백 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소유가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 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담장을 허물다

 

nefing.com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수여하는 4회 신성정문학상의 수상자로 공광규 시인이 선정됐다고 30일 발표했다.

 

발표 하루 전 한겨레 신문사 특별실에서 열린 본상 심사에는 문효치 심사위원장, 정희성 심사위원, 김종 심사위원이 참여해 수상자를 확정했다.

 

신석정문학상의 영예를 안게 된 공광규 시인은 2013년 발표한 작품집 담장을 허물다(창비)’로 최종 선정됐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인은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데뷔했다. 시집으로 대학일기’‘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가 있으며 신라문학대상, 윤동주상 문학대상, 동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심옥남 시인이 작품 표면 장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북 임실 출생인 시인은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8전주일보신춘문예, ‘자유문학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세상, 너에게’, ‘나비돛등이 있으며 전북시인상을 받는 등 전북 문단에서 각광을 받아온 시인이다.

 

심사위원들은 공광규 시인의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문예성을 빚으며 순정적 투명한 서정이 깃든 융숭한 내면적 성찰이 돋보이는 시를 창작했다고 평했다.

 

이어 심옥남 시인은 인간과 우주, 생과 사 등의 대칭적 상황을 한 화면에 융합시키며 또한 관통하고 넘나들며 형상화가 빼어난 시를 창작, 창의적 발상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식은 923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에는 전국 규모의 신석정 시낭송대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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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 김수열

 

 

옛말 고르커메 들어보라

 

느네 성할망은 느네 아방 낳고 소박맞앙 여든 나도록 촌집에 혼자 살아시녜 어느 날 집에 강보난 우영팟엔 검질이 왕상 정지엔 거미줄이 고득허연 아이고, 영허당 죽어져도 모를로코나 싶언 옷가지 몇 개 이불 보따리에 싼, 집으로 모셩와신디 온 지 얼마 아니 되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헌거라

 

느네 아방은 성할망신디 술은 절대 먹지 말렌 불호령을 해노난 말벗 어신 촌 할망 오죽이나 곱곱해실거라? 보기에 하도 딱허연 아방 모르게 점방에 강 할망 좋아허는 흰 술도 사고 붉은 술도 사고 찬장에 곱져둠서 흰 술 한 잔 붉은 술 한 잔 드려나시녜 느네 아방 모르게

 

성안에 온 지 두 달 보름 만에 할망이 오꼿 죽으난 정성 치성으로 영장 치르고 왕강징강 구왕풀이도 허고 사십구재도 허연 저승 상마을로 잘 인도해 드렸주

 

일 년 만에 소상 치르고 닷새 정도 지나신가 이모한테서 전화가 온 거라 영장 때영 소상 때 부지런히 부름씨해준 진수 어멍이 꼭 할망 씌운 거 닮덴 허멍 이거 무슨 일인고 허연 와랑와랑 달려간 들어보난 소상날 밤부터 빌빌빌빌 아프기 시작허여신디 누워둠서 허는 짓이나 허는 소리가 영락없는 죽어분 할망이렌 허는 거 아니라?

 

내가 봐도 할망이 돌아온거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숨딱허연 손목 심엉 솔솔 달래멍 고랐주

 

ㅡ 아이고 어머님아 무사 이제도록 아니 갑디가? 구왕풀이에 사십구재에 소상까지 동그랗게 촐령 보내신디 무신 칭원헌 일이 이선 죄 어신 진수 어멍 몸에 의탁을 헙디가?

ㅡ 곧고 싶은 말 곧젠 해신디 몸은 진토가 되어부런 잠시 잠깐 놈의 몸에 의탁을 해시난 고라지민 바로 가켜

ㅡ 경허걸랑 고릅서 어머님아

ㅡ 고마웁다 메누리야 흰 술 받아줜 고마웁고 붉은 술 받아줜 고마웁다 메누리야 흰 술 한 잔만 받아도라 붉은 술 한 잔만 받아도라

ㅡ 아이고 우리 어머니 막 기리와났구나게 걸랑 그리헙써 와랑와랑 슈퍼에 달려간 소주 한 병 콜라 한 병 사단

ㅡ 흰 술 한 잔 받읍서 붉은 술 한 잔 받읍서, 허멍 드리난

ㅡ 고마웁다 메누리야 고마웁다 메누리야

 

닷새 동안 거동도 못허던 진수 어멍 소주 한 잔 쭈우욱 콜라 한 잔 쭈우욱 허연게마는 아이고 시원허다. 이젠 살아지켜, 나 감져

 

벽장더레 돌아눕자마자 소르륵 자는 거라. 죽은 사람고치

 

다음 날 아침 그 어멍 아이고 잘 잤져허멍 펀드룽이 일어난 세수허고 로션 바르고 루즈 칠허고 십 년 넘게 다니는 사무실에 출근허연 이십 년 넘게 더 다니단 사오 년 전엔가 죽었덴허여. 여든다섯에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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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 허소라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

겨울이 떠나고

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절룩이며 오는데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구경꾼은 없더라

팔짱 낀 구경꾼은 없더라

지난 폭설이나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

아무도 구경꾼은 없더라

그때 우는 모두는

아우성이었으므로,

그 속의

골리앗이었으므로.

 

 

 

 

올해 제3회 신석정문학상에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3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을 공동 선정했다.

 

허소라 시인은 시집 이 풍진 세상’(신아출판사·2015), 김수열 시인은 시집 빙의’(실천문학사·2015)를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미발표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문학상에는 김기찬 시인의 시 오월이 선정됐다.

 

신석정문학상은 지난 3년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신석정 촛불문학상은 기성 및 신인 등의 미발표 시를 공모받아 심사한다.

 

시상식은 오는 108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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