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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라국의 목걸이 / 문덕수

 

 

안라국의 궁터 가야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잠자던 목걸이가 지렁이처럼 눈드고 나왔다

불그레한 마노는 왕후의 목덜미빛이요

토기 굽다리에 뜨거운 무늬를 뚫은 불꽃이다

파란 유리구슬은 안라국 어린 공ㅈ님 눈빛이요

왕궁 지붕마루에 내려와 앉은 하늘이요

여덟 나라의 침공을 물리친 장수말이 마신 물이다

저 자잘한 비취빛 수정알의 바늘귀에는

지금도 후기 가야 여러 나라 맹주의 숨길이 흐른다

아라가야 궁터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꿈구닥 눈을 뜬 저 목걸이는

지리산 숲속에서 구불구불 흘러 내려 안라땅을 적시는 남강이요

한티 재를 넘어 마산 남쪽 바다로 통하는 바람길이요

여항산 멧부리 남동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다

아라가야를 지금도 두르고 있는 무성한 성벽이다

 

 

 

 

문덕수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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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3회 이설주(李雪舟)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 시인(시집 '아라의 목걸이')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문시인은 192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홍익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서울시문화상(1997), 예술원상(2002),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황홀’ ‘문덕수시전집’‘ 아라의 목걸이’등이 있다.

심사는 허영자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최동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상금 2천만 원인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시상식은 4월 20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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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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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청마(靑馬)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78) 시인이 결정됐다.

 

경남 통영시와 청마문학상심사위원회는 청마 유치환(柳致環.1908-1967)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청마문학상에 '청마평전'(2004)과 '문덕수 시전집'(2006)을 펴낸 문덕수 시인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문 시인은 청마의 추천으로 195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지금까지 20여권에 가까운 시집과 번역시집을 펴냈다.

 

이번 심사과정에서 청마의 일대기와 문학적 업적을 집대성한 '청마평전'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8월10일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천만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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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소리를 들었는가 / 조병무

 

 

아무도 모른다

숲의 소리를

 

이웃하는 새들이 찾아와

들려주는 새벽 무한의 소리를

누군가 엿듣다 달아나는

시늉 속에 숲은 마음을 연다

 

늘어진 나뭇가지를 붙들고

세상 찾아 헤매는

청설모 다람쥐 오고 갈 때

숲은 흔들리며 마음을 숨긴다

 

어느 결

나뭇잎 사이사이 스먀드는

조각난 햇빛 모서리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바람의 흔적으로

숲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있다

 

사람들아

숲과 살아가는 그 많은 생먕과 환희

그들 삶의 소리는 소리일 뿐

 

숲의 형상에 숨겨놓은

영령들의 미소 따라

조용한 울림으로 오는

잔영의 의미를

 

아무도 모른다

숲의 소리인지를

 

 

 

 

숲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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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제3회 녹색문학상에서 조병무의 시집 ‘숲과의 만남’과 이용직의 장편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을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3일 산림문학관(서울 예장동)에서 열린다.

녹색문학상은 ‘산림청 녹색사업단’의 기금 후원으로 숲사랑·생명존중·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수상작인 조병무의 시집 ‘숲과의 만남’은 시인의 숲에 대한 애정과 숲이 생명이라는 자연 친화적 관점이 매우 잘 드러난 작품 20여 편이 실려 있다. ‘숲의 소리를 들었는가’와 ‘산에 오르다 보면’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용직 장편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은 장성 축령산의 편백나무를 조림한 우리나라 조림왕 1호인 임종국씨의 숲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진지한 삶의 모습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김후란(시인) 녹색문학상 심사위원장은 “다른 훌륭한 작품도 많았지만 두 작품이 녹색문학상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면서 문학적 성취도가 높아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다”며 두 작품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김청광 (사)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녹색문학상을 보다 권위 있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여러 저명한 분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 녹색문학상을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키워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상자인 조병무 작가는 경남 함안 출생으로 동국대·한양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현대문학’지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4권을 비롯한 문학평론집, 수필집, 문학평전·사전·교재 등 저서가 있으며, 제13회 윤동주 문학상 등 다수의 시 부문·문학평론 부문의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용직 작가는 경북 예천 출생으로 ‘산림문학’지에 소설로, ‘창조문예’지에 시로 등단했다. 저서로 ‘그 숲에 살다’등 장편소설과 시집, 수필집, 동화집 등 다수의 문학작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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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 이향아

 

 

바람이 불자

안개가 실크스카프처럼 밀린다

밀리고 흘러서 걷힐지라도

도시의 뒷골목 넘치는 하수구와

한 길 사람 속과

오래 가지 못할 거짓말과

무던한 안개가 품고 있던 것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안개와 친해져서

사거리 터진 마당의 애매한 취기

불확실한 경계

용서할 수 있는 미결의

꿈속 같은 그늘이 불편하지 않다

 

안개 걷혀도 미지수의 괄호들은 남을 것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차라리 자욱할 때 평안들 하신지

어슴푸레 열릴 듯한 은은한 천지.

 

 

 

안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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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삶에 대한 깊은 성찰

 

5회 신석정문학상 후보작으로 예심에서 올라온 시인은 모두 일곱 분. 그리고 참고해 줄 것을 당부한 시인은 서른한 분이었다. 그만큼 최고의 수상자를 선정하고픈 운영위원회의 고심이 느껴졌다. 심사위원들은 그 가운데 이향아 시인의 시집 <안개 속에서>를 뽑아 들었다.

 

이향아 시인은 삶이 문학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정도로 문학적 생애가 경건하다. 또한 삶이 육화된 중량감 있는 시로 문학적 전이를 거쳐 무한 형성되었다. 수상 시집에 실린 나무는 숲이 되고 싶다는 함께 살아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조용하게 일깨워준다.

 

누구를 내쫓거나 돌려세우지 않습니다/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은 꿈/그 꿈 하나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는 결구는 시인의 인생관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 밤나무’, ‘왜 이렇게 얼었어같은 작품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향아 시인은 화가로도 활약하며 시화일률(詩畵一律)의 전통적 예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분이다. 이번 시상은 이 시인의 문학 생애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신인상인 신석정 촛불문학상은 예심에서 올라온 10명의 후보 가운데 조경섭 시인의 태평동 살구꽃을 뽑았다. 이 작품은 시작 체제 갖춤이 매우 빼어났다. 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 심사위원 : 김규화·김주완·이숭원·유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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