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궁시렁
등단 50년 하고도 한 해를 더 지났다. 그동안 나는, 구름의, 딸이고 바람의 연인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이었고, 어쭙잖은 헌혈 몇 방울 『봄비 한 주머니』였고, 10원짜리 동전 『다보탑을 줍다』에 불과했고, 감쪽같은 거짓말로 참말하며 『거짓말로 참말하기』,민속해학 『알고考』에 홀렸고, 지향―현실의 모순 『둥근 세모꼴』이었고, 때 얼룩 뭉치 검정 모성의 색『걸어서 에덴까지』를 거쳐 와, 이제는 녹두―보리 구별 못하는 〈숙맥菽麥〉이라, 제 눈에 안경이라서 숙맥 짓만 보이는지…
평생 인간발달(발달심리학)과 우리의 여성―아동민속으로 밥 먹었다, 삶은 축적이면서도 소멸인데도, 그 점을 향한 발달은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어른의 아버지인가? 나를 건너지 못하는 (이미 건넜거나) 고독이거나 유약함이거나, 내 속에서 못 자란 '나'라는 아이가 숙맥인가? 나에게는 나 이상의 불가사의가 없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Less is more라는 제정신이 아닌 시인 정신에서도, 시인詩人이라는 인간되기에서도, 다 실패한 줄을 확인해가며, 그 실패를 쓰는 숙맥 짓만 한다.
다 폭로도 괜찮다는, 부끄러움을 강 건너 불처럼 구경하며…천千의 몸에 만萬의 얼굴을 가진 시詩! 동화(Fairy―꿈)와 우화(parable―현실)인 詩! 그래서 거짓말로 참말하기의 詩! 언어경제학言語經濟學적 언어예술言語藝術인 詩!…모르겠다. 내일도 있으니까. 혼신이 종합병원이 되고서야 맛보는 자학적 쾌감도 때로는 일몰의 황혼 같다. 낡고 허물어지면서도 새로운 신비를 풍기는 듯도.
이 시집은 최동호 시인의 독촉 덕분이다. 시인들도 많은데, 최 교수의 우정과 시인이 읽는 감상을 써 주신 沙泉(이근배) 사백께 감사하며.
2016년 부활하는 봄 아지랑이 더불어―유안진이가
유안진(76) 시인이 <숙맥노트>(서정시학)로, 이광호(54) 평론가가 <시선의 문학사>(문학과지성사)로 제27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달진문학상은 경남 진해 출신 김달진 시인의 시적 업적을 기리고자 고인 타계 1주기인 지난 1990년 제정됐다.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고 창원시와 서울신문사가 후원한다.
시와 평론 두 부문에서 문단 경력 10년 이상인 작가의 최근 1년간(전년도 4월부터 그해 3월까지) 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해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올해 수상자인 유안진 시인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67년 현대문학 3회 추천완료로 등단했다. 수상작인 <숙맥노트>는 유 시인의 등단 50년께인 올해 나온 시집이다. 심사위원들은 유 시인의 이번 시집이 독특한 이야기체의 시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평가를 했다.
평론 부문 수상자인 이광호 평론가는 대구 출신으로,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시적 어조와 사회적 상상력'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수상작인 <시선의 문학사>는 문학사 서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안진 시인과 이광호 평론가는 각각 상금 2000만 원을 받는다. 수상 기념 시낭독회는 내달 3일 오후 6시 30분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9월 3일 창원시 진해문화센터 1층 대공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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