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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 박형준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봄 저녁나는 바람 냄새 나는 머리칼거리를 질주하는 짐승짐승 속에 살아 있는 영혼그늘 속에서 피우는회양목의 작은 노란 꽃망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눈꺼풀에 올려논 지구가 물방울 속에서내 발밑으로 꺼져가는데하루만 지나도 눈물 냄새는 얼마나 지독한지우리는 무사했고 꿈속에서도 무사한 거리질주하는내 발 밑으로 초록의 은밀한 추억들이자꾸 꺼져가는데

 

 

 

2009 제24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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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4회 소월 시 문학상대상 수상자로 박형준(43)씨가 선정됐다. 박 씨는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시인세계 봄호) 14편으로 대상을 받았다.

 

박 시인은 1991가구의 힘으로 등단 빵 냄새를 풍기는 거울’(1997),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2002) 등 시집을 냈다.

 

심사위원회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지와 감성의 결합, 언어와 율조의 긴장, 감각과 서정의 균형 등을 통한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이 상의 상금은 13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초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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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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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의 제9회 육사시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수상작은 박형준 시인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가 차지했다.

 

육사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수상 평으로 충만된 아름다움과 현대적 서정의 시집으로서 와해되어가는 농촌현실과 취락적 인간관계, 그것들에 반응하는 예리한 감정의 화문을 부드러운 물질로 정화시키는 매혹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시라고 밝혔다.

 

1966년 전북 출생인 박형준은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1회 꿈과시문학상(1996)’, ‘15회 동서문학상(2002)’, ‘10회 현대시학작품상(2005)’, ‘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2009)’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의 최종심사 황동규(서울대 명예교수), 김주연(숙명여대 석좌교수), 정희성(시인), 김재홍(경희대 석좌교수), 이태수(시인)씨가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이육사문학관에서 열리는 이육사문학축전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TBC의 육사시문학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TBC2004년 제정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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