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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 류인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는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스꽝스런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놀이

 

데워진 모래는 한결 기분이 좋다

 

굴을 파고 두더지 놀이를 하면

구근 대신 손을 묻어둘 수 있다

꽃과 쓰레기 장난감 블록들

싹 트는 경작지

원통의 미끄럼 터널 속으로 청소부처럼 사라지는, 나쁜 공기처럼 빨려 나오는

아이들

굴뚝을 지나는 그을음 묻은 해

바짓단에 떨어지는 해변

 

꽁초와 휘파람,

아무래도 이곳은 빌딩 창문에서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토르소로 떠다니는 구름 우주복

잠깐 나타났다 지워지는 그림자들 숨소리들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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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류인서, 박명숙 시인과 김유진 소설가가 ‘2019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 됐다.

 

통영시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강수성)는 지난해 71일부터 올해 531일까지 전국에서 출간된 모든 작품집을 대상으로 예심과 본심 등을 거쳐 통영시문학상 4개 부문(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수상자를 선정했다.

 

청마문학상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으로 시집 흰 그늘’(출판사:작가)이며 김춘수 시문학상은 류인서 시인의 작품집 놀이터’(출판사:문학과지성사)이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은 그늘의 문장’(출판사:동학사)을 펴낸 박명숙 시인에게 돌아갔으며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보이지 않는 정원’(출판사:문학동네)을 낸 김유진 소설가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3일 통영예술제 개막식에 맞춰 한산대첩광장에서 열리며 청마문학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 원, 그 밖의 수상자에게는 1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주어된다.

 

한편 통영시는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통영출신문학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청마문학상을 제정했으며, 2015년부터 청마, 김춘수, 김상옥, 김용익 등 4개 부문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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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 류인서

 

 

어떤 아침은, 아침임을, 속죄하고 싶어 한다.

그런 날은 마음 울에 가둬 기르던 양 한 마리 거친 들판으로 내몬다.

닦을수록 커지는 얼룩들의 창에는

산문적으로 두꺼워지는 안개와 안개가 만드는 묽은 풍경,

시든 예언처럼 쉽게 풀어져 창문마다 입술을 주는 배고픈 고백들,

불탄 나무 우듬지에서 새소리가 태어날 때

쫓겨난 숫양이 빈 들을 위로할까.

뾰족 파도를 닮은 초록 뿔이 그 양을 키워낼까.

종소리를 찾아 종탑으로 올라간 마을 아이들

돌아오지 않는데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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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지리산문학제가 103일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10회 지리산문학상에는 류인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류인서 시인의 희생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 문학상으로서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년에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고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 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문인수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격론 끝에 류인서 시인이 제10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익숙한 세계를 전복하여 펼쳐 보여주는 그의 장기는 경이로웠다. 얼핏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이면을 섬세한 감각의 깊이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매 시편마다 잘 발휘되고 있었다.”라고 류인서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심사는 문인수 시인 외에 황인숙 시인 홍일표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류인서 시인은 1960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2000시와사람, 2001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청마문학상 신인상,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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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나무 안에서 / 김형영

 

 

산에 오르다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가자.

하늘에 매단 구름

바람 불어 흔들리거든

나무에 안겨 쉬었다 가자.

 

벚나무를 안으면

마음속은 어느새 벚꽃동산,

참나무를 안으면

몸속엔 주렁주렁 도토리가 열리고,

소나무를 안으면

관솔들이 우우우 일어나

제 몸 태워 캄캄한 길 밝히니

 

정녕 나무는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제 몸같이 안아주나니,

산에 오르다 숨이 차거든

나무에 기대어

나무와 함께

나무 안에서

나무와 하나 되어 쉬었다 가자.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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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여우 / 류인서

 

 

재 하나 넘을 적마다 꼬리 하나씩 새로 돋던 때

나는 꼬리를 팔아 낮과 밤을 사고 싶었다

꼬리에 해와 달을 매달아 지치도록 끌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꽃을 샀다

새를 샀다

 

수수께끼 같은 스무고개 중턱에 닿아

더 이상 내게 팔아먹을 꼬리가 남아있지 않았을 때

나는 돋지 않는 마지막 꼬리를 흥정해

치마와 신발을 샀다

피묻은 꼬리끝을 치마 속에 감췄다

 

시장통 난전판에 꽃핀 내 아홉꼬리 잃어버린 춤사위나 보라지

꼬리 끝에서 절걱대는 얼음별 얼음달이나 보라지

 

나를 훔쳐 나를 사는

꼬리는 어느새 잡히지 않는 나의 도둑

 

당신에게 잘라준 내 예쁜 꼬리 하나는

그녀 가방의 열쇠고리 장식으로 매달려 있다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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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은 제6회 육사시문학상의 본상 수상자로 김형영(65) 시인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나무 안에서'.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에 대해 "자아와 세계 사이의 교감과 친화를 깊이 있게 형상화하면서 생명사랑과 사랑의 철학, 그리고 평화사상을 지속적으로 천착해 이육사의 문학정신을 계승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젊은 시인상에는 시집 '여우'의 류인서(49)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본상 1천만 원, 젊은 시인상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초 TBC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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