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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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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회 녹색문학상’에 소설가 이순원 씨의 장편소설 ‘나무(백년을 함께한 친구)’가 선정됐다. 

산림청(청장 신원섭)과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청광)는 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문학상’은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숲사랑, 생명존중, 녹색환경 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상이다.  

 

올해는 153건의 작품이 추천되어 10건(시 5·소설 2·동화 2·수필 1)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이순원의 ‘나무’는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7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마련되며 상금은 3000만원이다.

홍성암 심사위원장(소설가)은 “어린 밤나무가 할아버지 밤나무 옆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매우 동화적이며 표현 또한 시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이 크다”고 평했다.  

1957년 강원도 강릉 출생인 이순원은 1988년 ‘낮달’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후 ‘지금 압구정에는 비상구가 없다’, ‘은비령’,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의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효석문학상, 허균문학상, 남촌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고향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와 할아버지가 예전에 심은 소설 속 주인공 나무를 찾아 인사했다”라며 “지금은 하늘나라 숲 속 마을에 살고 계실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사)한국산림문학회는 산림청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인 ‘산림문학회’가 주축이 되어 지난 2009년 조직된 문학단체다. 종합문예 계간지(계절에 따라 한 해에 4번 발행)인 ‘산림문학(山林文學)’을 발간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녹색문학상을 선정·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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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김충규


나무가 잎사귀를 일제히 틔우고 있다
감겨 있던 무수한 눈들이 눈을 뜨는 순간이다
나무 아래서 나는 나무를 읽는다
이 세상의 무수한 경전 중에서
잎사귀를 틔우는 순간의 나무는 가장 장엄하다
이 장엄한 경전을 다 읽어보는 것이 내 소원이지만
나는 안다 이 경전을 읽으려면
마음거울에 먼지 한 점 앉아서도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 마음거울은 너무 얼룩이 져 있다는 것을
닦아내어도 자꾸 더럽혀진다는 것을

새들도 이 경전을 읽으려고
나무의 기슭을 찾는 것이다
새들을 끌어당기는 나무의 힘!
나는 그 힘을 동경한다

나무로 집을 짓고
나무로 화살과 창을 만들어 썼던 시대,
그 시대까지가 평화의 시대였다
나무 화살과 창에 맞은 짐승들은
죽는 순간의 고통을 순순히 받아들였으나
금속 화살과 창이 나오고부터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제 나무가 경전인 줄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나무는 자신을 희생하여 온갖 경전을 기록해 주기도 하지만
나무라는 이름만으로도 장엄한 경전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세계를 다 망치고 있는 것이다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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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지난 일년은 내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약을 먹어도 그치지 않는 무서운 기침과 함께 객혈이 쏟아졌고, 마침내 폐결핵이란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스무알이 넘는 독한 약을 매일 먹어야 했고, 계속되는 현기증과 싸워야만 했다.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아내를 돈벌이의 현장으로 내보내야 하는 현실이었다.

꼬박 일년 동안 아내는 가장의 역할을 했고, 집안에 틀어박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문학이고 뭐고 내게는 다 사치 같았다.

무능력한 가장, 병치레나 하는 가장, 나는 절망 속으로 매일 침몰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한번도 나를 구박하지 않고 햇살처럼 환하게 웃어준 아내에게 가장 먼저 감사함을 느꼈다.

이제 폐결핵도 완치했고 이렇게 좋은 일도 생겼으니 다시금 가장으로서의 책무와 창작에 전념하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두분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따뜻하게 맞이해준 농민신문사에도 감사를 드린다.

고향이 수몰되기 전 농부셨던 부모님, 그리고 나를 옆에서 지켜봐준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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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신경희의 <우체국 가는 길>,오부제의 <추억은 적막의 숲에서 서식한다>,류지송의 <지노귀굿>,김충규의 <나무> 등 네 작품이 최종까지 남았다.

네 작품 모두 언어를 다루는 솜씨나 시를 빚는 능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신인의 경우 이런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런 능력을 토대로 이 시대 현실이나 자연을 보는 이른바 신인다운 시각이 더욱 요구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신경희의 시는 이 시대 우리 농촌, 혹은 변두리 마을 풍경을 우체국 가는 길을 통해 차분히 노래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오부제의 시는 멋과 흥이 있지만 이런 것들이 다소 상투적이고 자칫하면 감상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고, 류지송의 시는 우리의 고유한 삶의 풍속을 노래한 점이 돋보이지만 이런 풍속이 이 시대 우리 삶에 대한 알레고리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런 점에서 김충규의 시는 나무를 노래하되, 이제까지 우리가 읽어온 그런 나무가 아니라는 것, 이 나무를 통해 산업사회적 가치를 승화시키려는 노력, 말하자면 이 시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자세가 분명하고, 시를 빚는 능력 역시 단단하다는 점을 높이 산다.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

심사위원 홍기삼 문학평론가, 이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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