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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 나태주

 

 

흐르는 맑은 물결 속에 잠겨

보일 듯 말 듯 일렁이는

얼룩무늬 돌멩이 하나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야지

집어 올려 바위 위에

놓아두고 잠시

다른 볼일 보고 돌아와

찾으려니 도무지

어느 자리에 두었는지

찾을 수 없다

 

혹시 그 돌멩이, 나 아니었을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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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천진한 동심, 현실에 찌든 삶 승화시켜줘

 

성서에 제자들이 어떻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는지를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그 누구도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대답하신 적이 있다. 불교에서도 동자(童子)는 무구한 불심(佛心)의 소유자로 치부된다. 만일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순결하고 착해질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이 곧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훌륭한 시인의 마음속에는 항상 천진한 동심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시단의 법통을 이어 온 가령 정지용, 윤동주, 서정주, 박목월의 시들이 모두 그러하다.

 

그런데 현존하는 우리 시인들 가운데서 그와 같은 분을 한 명만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일까. 아마도 그는 나태주 시인일시 분명하다. 나태주의 시는 맑고, 아름답고, 진실하고, 고결한 동심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처럼 곱다. 그리고 그러한 동심이 이 속되고 고통스러운 우리의 현실,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가치관을 깨끗하게 승화시켜 준다. 우리는 나태주 시를 읽을 때 실로 인간의 본연, 생명의 본연, 존재의 본연으로 돌아가는 체험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나태주 시인은 권위 있는 공초문학상의 수상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서정시의 한 축을 받들고 있는 튼튼한 기둥의 하나다. 뜻 모를 언어의 혼돈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익사 직전의 요즘 우리 시단을 볼 때 나태주 시인의 수상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의 시가 항상 건강하고, 아름답고, 인간적인 세계관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 심사위원 이근배, 김윤희,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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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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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한 제26회 정지용문학상에 나태주(69) 시인의 시 '2'가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나태주 시인의 2’에 대해 심사위원인 유자효 시인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수상작들 가운데 가장 수월하게 읽히는 작품으로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의 진폭이 크다이런 성과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정지용 문학상의 심사기준 가운데 '낭송하기 좋은 시'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나태주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71년 등단했다. '대숲 아래서' '황홀극치' 33권의 시집과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풀꽃과 놀다' 10여권의 산문집, 동화집 '외톨이' 등을 썼다. 43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 공주문화원장을 맡고 있다.

 

시상은 오는 927일 옥천예술회관 등에서 열리는 제27회 지용제 기간에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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