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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권력 / 고재종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大鵬(대붕)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꽃의 권력

 

nefing.com

 

 

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이 오는 27일과 28, 전남 강진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린다.

 

강진군과 ()영랑기념사업회가 김영랑의 시정신과 민족혼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은 김영랑이 살았던 당시 사회상을 재현한 거리 극으로 서막을 연다.

 

이후 영랑시문학상 시상 및 축하공연과 청자 전시·판매, 모란화분 전시·판매, 차와 시의 어울림, 아나바다, 영랑시집·기념품 판매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27일 오후 1시부터 북치는 동동구루무장수가 이끄는 ‘1930, 다시 찾은 영랑의 봄을 주제로 한 거리극에 엿장수와 모던보이, 일본 순사들이 행렬을 이뤄 관람객들의 추억 샘을 자극한다.

 

이어 4시 영랑생가 특설무대에서 갖는 개막식에 올해 영랑시문학상 수상자인 고재종 시인과 영랑의 전기 동화를 쓴 김옥애 작가의 사인회가 열린다.

 

특히, 이번 행사는 세계모란공원 감성콘서트를 비롯해 강진의 모든 사물을 꽃의 인문학으로 풀어낸 사진전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축제 이튿날에는 제15회 전국영랑백일장과 전국영랑시낭송대회가 오전 10시부터 영랑생가와 강진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당일 심사 발표 및 시상할 계획이다.

 

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화사한 봄 모란이 피는 계절에 15회 영랑문학제 및 세계모란공원 감성여행을 열게 돼 기쁘다면서 “1930년대 사회상을 재현한 특별한 행사부터 각종 버스킹 공연은 물론, 평소 만나기 힘든 작가들의 사인회가 열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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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숲길에서 /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에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무명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 보긴 걸어 볼 참인가.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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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 1993년 제11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음.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 시집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에서
-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 현재 <시와사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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