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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 이진희

 

 

달콤한 말만 선물로 받을 거야

달콤하다면 뭐든 좋아

 

커다란 리본을 달아 줘

커다란 선물을 넣어 줘

커다란 상자에 넣어 줘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커다란 케이크를 만들어 줘

 

나는 부서지기 쉬운 불멸의 거울

소중한 보석으로 다뤄 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졌든 나를 달래 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를 받아 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노래를 불러 줘

꿈속에서도 반짝일 만큼 재생해 줘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믿음과 의심이 동시에 깊었다는 거

단 하나의 마음을 모두에게 무한수열처럼 나열했다는 거

 

나는 진실만을 말하지 물론

맹세할 수 있어 이까짓 거짓말

내 앞의 당신은 달콤해야 하니까

당신 앞에선 달콤한 말만 선물할 거니까

 

커다란 리본을 달아서

커다란 선물을 넣어서

커다란 상자에 넣어서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커다란 페이크를 만들어 줄 테야

 

줄게, 나를 달콤하게만 대해 준다면

당신을 최고라고 느끼게 해 줄게

쓰디쓴 것도 달콤하게 만들어 줄게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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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3회 오장환 문학상 본심 심사는 각 지역에서 신망 받는 작가들의 추천에 의해 13명 시인들의 시집들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본심 심사위원들은 일차 모임 후 그 시집들을 숙독한 후 다시 만나되 최종적으로 각기 두 권의 시집을 추천, 그 추천 시집을 대상으로 본심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정기복의 나라꽃이 내게 이르기를, 김형수의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황규관의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박경희의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이진희의 페이크5권의 시집들을 최종 심사의 논의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먼저 정기복의 경우, 한낱 기행이나 산행시가 아니라 자신과 정직하게 대결하는 체취體臭가 감동을 안겨줬다. 또 황규관의 경우 전망 부재의 시대 속에서 문명사적 대결의지가 돋보여쓰며, 김형수의 경우 지난 시대의 열망의 좌절과 개인사적 슬픔의 변주가 곡진하게 다가왔다. 특히 수상작과 최종까지 겨룬 박경희의 경우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의 슬픔과 아픔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일정한 경지에 이뤘다고 보았다. 수상자를 비롯한 모든 시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축하의 꽃다발을 전한다.

 

 

 

실비아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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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과 계간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솔출판사, 오장환문학상 운영위원회가 공동주관한 '13회 오장환문학상', '9회 오장환신인문학상' 당선자가 선정됐다.

 

5일 군에 따르면 '13회 오장환문학상'에는 이진희(48) 시인의 시집 '페이크', '9회 오장환신인문학상'에는 정민식(30)씨의 '디아스포라'가 뽑혔다.

 

이번 오장환문학상의 심사는 임동확 시인, 오봉옥 시인, 이성혁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수상 시집인 '페이크'에 대해 "오장환의 시대정신과 세계 인식을 되살리는 역설적 인식을 통해 현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진희 시인에 대해 "이진희 시인의 시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역설적 세계인식은 단지 수사적이고 장식적인 것이 아니며 미증유의 고통에 시달리는 인간과 세계의 역동적 실재를 포착하려는 고투를 포함한다"면서 "무엇보다도 그럼으로써 주관과 객관, 물질과 정신, 자기와 타자를 궁극적으로 화해시키고 조화시키려는 노력과 일치한다"고 평했다.

 

오장환 신인문학상의 심사는 권성우 문학평론가와 안현미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디아스포라' 등의 시편들은 오장환의 문학 세계에 잘 부합하는 시세계를 보여준다. 오장환의 시대의식과 역사의식이 살아 있는 동시에 이를 세련된 문학적 언어 형식으로 풀어냈다""개성적인 다섯 시편이 모두 고른 수준을 지녀 시인으로서의 미래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예감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인 이진희 시인은 1972년 제주 중문 출생으로 2006년 계간·문학수첩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시집으로 '실비아 수수께끼', '페이크'가 있다.

 

신인문학상 수상자인 정민식 씨는 1990년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대부분을 수원에서 보냈다.

 

한편 '오장환문학상'은 보은군 회인면에서 출생해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19181951)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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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對酌) / 현택훈

 

 

국밥에 소주를 마시니

새벽별이 떴다야

택실 기다리는 저 사람들도

노래 소리가 작아졌군

가로등은 너무 밝아서

고갤 숙이고 있는 것 같아

달리는 새벽바람이

아침신문을 스치네

너는 날 다시

새벽으로 데리고 왔어야

등 굽은 청소미화원은

수도승처럼 거룩하지 않은가

 

국밥집 유리창 앞에 앉은

새벽 거리가 내게

눈물 같은

소주를 또 붓고,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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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응모작들이 이상하게도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이고 형식이다. 정말로 쓰고 싶어서 쓴 시보다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에 떠밀려 쓴 시가 더 많아 보인다. 아마도 시 창작 강좌 등의 영향인 것 같다. 산문 형식의 시가 많았는데, 억지로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시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시를 읽는 재미가 어데 있는가,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뛰어난 시가 적지 않아, 지용문학상의 만만치 않은 수준을 말해 주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임종훈)은 군더더기없이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진 시다. 이쯤의 솜씨에 이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리라. 파도와 일상의 권태와 삶의 각박함의 병렬적 비유도 자못 실감난다. 마지막 연의 처리도 시의 여운을 인상적으로 오래 남기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한데 다른 시들은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서, 너무 심한 편차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돼지머리’(한수남)는 말 재간과 재치가 보통이 아니다. 청승스럽거나 구성지지 않고 밝고 날렵해서 또 다른 시 읽는 맛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무언가 시들이 너무 어수선하다. ‘1958년 산, 포터 트럭’(신윤경)은 남편을 포터 트럭에 비유한 시로서, 삶의 구체가 울림을 준다. 가락도 제법 있다. 하지만 너스레가 좀 심하다. 같은 이의 수도도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될 구절들이 여러 군데 들어가 있는 것이 흠이다. ‘대작(對酌)’(현택훈)은 새벽에 혼자 술을 마시면서 바라보는 거리 풍경이 소재가 되고 있는 시다. 그런데도 제목을 대작이라 한 것은 그 새벽 거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신다는 개념에서일 터이다. 독작이라 할 것을 대작이라 해서 고독감을 배가시킨 점은 작자가 높은 시적 연마를 쌓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어데 한 군데 빼고 더할 데 없이 깔끔한 점도 크게 호감이 간다. 이에 비해서 같은 이의 양말 한 켤레의 노래는 생활의 실감이라는 면에서는 더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너무 말이 많아 시를 읽는 재미가 덜하다.

 

이상의 시 가운데서 선자들은 현택훈의 대작(對酌)’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 쉽게 의견을 모았다. 작자나 다른 투고자들은 양말 한 켤레의 노래대신 굳이 이 시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심사위원 유종호·신경림

 

 

 

 

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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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제주도 푸른밤을 품고 대전에 상륙해 문학공부를 하고 있는 현택훈(32·사진·대전 동구 대동)씨가 대작이란 시로 당선됐다.

 

현택훈씨는 군대 있을 때 읽은 시란 무엇인가?’를 쓴 유종호 시인과 평소 존경해 마지 않은 신경림 시인에게 평가를 받아 당선돼 더할 나위없이 영광이다우리나라 현대시의 거두인 정지용 시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문학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택훈씨는 지난해 한국사이버대학교에서 주관한 전국백일장에서 은상을 탔고, 대전일보에서 주관한 동물사랑, 자연사랑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바 있다.

 

대전 동구 대동에 거주하고 있는 현씨는 대작(對酌)이란 시에서 일반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려 했다재작년에도 지용백일장과 지용신인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충분한 약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7회 지용청소년문학상은 모두 267명이 722편을 응모했고, 우리 지역에서는 옥천고의 손효선 양이 장려상에 선정됐다. 이번 심사위원을 맡은 이은방 시인과 도창희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수많은 작품 중에 평년작을 웃도는 수준을 보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응모작에는 단시보다는 장시가 많았고 주제의식이나 표출능력 따위는 보편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인문학상과 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은 각각 14일 오전 11시 군청 회의실과 13일 오후 5시 관성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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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하였다 / 권지현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현지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나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비행기는 언제 올지 오지 않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연착한다는 안내표시등 한 줄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나는 로비를 몇 바퀴나 돌고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을 핥다가

마침내는 쪼그리고 앉아 지루하게 졸았다

항의하는 나를 마주한 공항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얼굴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내가 가야할 길마저 희미해 보였다

 

비행기는 오지 않고

결리는 허리뼈를 아주 잊을 때까지 오지 않고

우루무치행 비행기는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2010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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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문학의 길 가르쳐주신 스승께 큰 절

 

하이데거는 시의 본질을 구명하는 자리에서 시는 존재의 개명(開明)’이라고 말했습니다. 완성된 시작품 자체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존재를 개명해 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에서 시 쓰기는 제 생의 마지막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벌써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주물을 부어주고 숨결을 들어앉혀 생동감 넘치는 세계들을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보내고자 합니다. 그 세계 속으로 초대된 사물과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 다른 마음결로 싱그러워지기까지 저는 나폴대며 떠가는 민들레 씨앗에 가볍게 얹혀 날아오르다가도 시원한 장대비 따라 두 발 철벅이며 흘러내릴 것입니다. 그리곤 어디쯤에선가 튼실한 시의 뿌리를 내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단지 절반만 그 자신이며 나머지 절반은 그의 표현이라고 에머슨은 시인에서 이른 바 있습니다. 작품을 쓰기 전에 창조적인 삶을 살아야 하며 작품 속에서 다시금 새롭게 자신의 생을 구체화해야 함을 이른 말이라 생각됩니다.

 

문학의 길을 가르쳐주신 스승 신대철 선생님께 큰 절 올립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남편 박성우 시인과 딸내미 규연양, 언니와 동생 가족들,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 국민대 학우들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정양 김용택 안도현 선생님을 비롯한 전주 쪽 응원부대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유종호 신경림 심사위원님과 세계일보사에 감사드립니다. 더 넓은 문학세계로 나아가라는 뜻에 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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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담담하고 소박하면서 서정성·균형감 가져

 

좋은 작품이 여러 편 눈에 띄었다. 권지현의 모른다고 하였다는 담담하고 소박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담담하고 소박하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공항 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얼굴 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내가 갈 길마저 희미해 보였다처럼 평이한 일상 속에서 삶의 결을 찾아내는 눈은 결코 예사로운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는 시를 가지고 무슨 엄청난 것을 해보겠 다는 허영심이 억지와 무리로 이어지면서 읽기 어려운 시가 범람하는 우리 시단을 향하여 던지는 새로운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낡지 않은 서정성과 균형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시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비판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주말부부의 쓸쓸한 삶의 단면을 그린 냉동실이며 박물관을 통하여 과거와 오늘을 대비시킨 플래시도 이 작자의 저력이 탄탄함을 말 해준다.

 

고민교의 어느 결혼이민자를 향한 노래는 아주 재미있고 따뜻하면서, 시의에 맞는 주제이기도 하다. 쉽게 융합할 수 없는 둘 사이를 가래추자에 비유한 것도 적절하고, 간절한 마지막 구절도 강한 울림을 준다. 이 시를 읽으면서 시는 역시 시의 특성을 버릴 수 없으며, 시가 산문의 상태를 그리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신은유의 시 가운데서는 고딕식 첨탑이 가장 좋았다. 좀더 난삽한 바닥만 보면서 걷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다도 마찬가지이지만, 깊은 사유와 고뇌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어서, 읽으면서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시다. 하지만 너무 말이 많고 어지럽다. 말을 고르고 빼는 보다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면 참으로 좋은 시를 쓸 사람으로 생각된다.

 

이상 세 사람의 시를 놓고 토의한 끝에 선자들은 권지현의 모른다고 하였다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유종호,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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