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어머니의 해 / 조효원

[으뜸상] 배꼽의 고향 / 최재호

[버금상] 꿈 / 최영철

[아차상] 그 시절 내 고향 / 서성표

[장려상] 술래의 꿈 / 손춘식

[장려상] 나의 고향 / 이수정

 

 

 

[심사평] 서정적 바탕과 사유의 진정성

 

이번 제16회 혜산 박두진 전국 백일장에 응모한 작품들을 허영자, 문효치 두 분 시인과 정진규 본인이 심사했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을 두고 심사하기 전에 세운 심사 기준은, 시는 어디까지나 오늘의 시가 아무리 지적 인식과 논리적 구조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서정적 바탕과 사유의 진정성, 작위적 행위를 떠난 순수성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에 묵언으로 동의하였다. 이런 점에서 부문별로 살펴본 결과, 무엇보다 눈에 뜨이는 점은 일반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서정성과 진정성, 순수성이 살아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그 취약성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디서 오고 있는가.

 

첫째 축적된 체험이 개인적 욕망만을 추구하는 오염의 수단으로, 그런 사유의 방법적 전개로 바뀌어지다 보니 이런 결과를 빚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둘째 시는 이러한 삶의 오염상태를 초월하는 서정적 수용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되었다. 

 

이 점을 윗세대의 응모자들은 극복할 수 있기를 권유해 두고자 한다. 그래서 시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저학년의 작품들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초등부 저학년의 작품에서는 특히 현일초교 2학년 김다은의 「우리 고향은 엄마 뱃속」같은 작품이나, 충주시 남산초 2학년 이재윤의 작품 등이 특히 말의 결이 곱고 그 싱싱한 사유가 뛰어났다. <엄마 뱃속>에서는 고향의 영원성을, 바다에서는 뜨고 지는 해를 <매일매일> <풍덩풍덩>들어가고 나온다고 표현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건강하다. 일일이 다 언급하기 어렵지만 초등부 고학년의 평택 안일초등학교 송정민이 <숲길을 걸으며> <나는 숲속 환한 뮤지컬을 감상한다>는 표현도 뛰어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중등부 김다희가 어린이답게 자신에게서 <높이 솟아오를 수 있는 /힘찬 희망을>지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해>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있음도 매우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삶에 지친 어른들인 우리들에게 가히 힘을 주는 진정성이 있다.

 

고등부에서는 안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조효원의 「어머니의 해」가 독특했다. 절망의 상황에서도 해가 될 수 있는 그 극복의 이미지가 아름답다. 자식 앞에서는 <오월의 환한 햇살>이 되는 그 생명성을 어떻게 가볍게 지날 수가 있겠는가. 그 힘을 높이 샀다.

 

<그녀는 작은 희망을 촘촘히 박음질했다>고 표현하고 있는 고등부 충주여자고등학교 1학년9반 원유정의 「고향」도 시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삶의 아픔이 어려있었다.

 

대학 일반부의 작품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재호의 「배꼽의 고향」을 심사위원들은 시로서의 완성도 면에서 높게 평가했다. <배꼽>에서 어머니가 나를 잉태했던 시간을 한 척의 배가 항해하는 바다의 시간으로 자리바꿈하는 시의 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 억지로 꿰어 맞추려는 어수선함이 눈에 거슬렸다. 어떤 면에서는 제주 방언을 시로 자리바꿈한 최영철의 「꿈」이 창조성이 뛰어났다 할 수가 있다. 작품이 너무 길어 산문화되고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이름 다랑쉬!/뒤란 숲은 청청한데 /집터는 무너지고 우물은 메워지고 / -------동구 늙은 폭낭이(팽나무) 주름 깊더군> 같은 데서 제주의 한 같은 것을 깊게 읽을 수가 있었다.

 

일일이 다 짚어드리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시에서는 무엇보다 서정성과 사유의 진정성, 그 순수성이 생명이다. 그래서 시가 있다.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점을 깊게 간절하게 촉구하면 좋은 시가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진을 기대한다.

 

- 심사위원 정진규 (시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