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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늘벗 / 박세은(고등부)

 

사나운 파도 속엔

황금빛 모래알이 뒤엉키고

적막한 숲속에는 투명한 이슬방울이

조용히 파란 잎사귀에 내려앉는다.

 

뻣뻣한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들어

검은 너의 눈을 본다.

달밤에 별 본 듯 찬란해,

연꽃잎 같은 내 입술 다물어 지는구나.

 

별은 말이 없다.

꽃도 말이 없다.

별은 누구의 것인지.

꽃은 누구의 것인지.

 

사나운 파도 속

모래알 뒤엉키듯,

나는 너고.

너는 나고.

조용히 앉은 이슬방울

파란 잎사귀와 속삭이듯

우리는 친구다.

 

 

 

[으뜸상] 의자 / 황재윤(대학 일반부)

 

강의실 창틈을 기웃거리던 햇살이

슬며시 의자 위에 엉덩이를 들이민다

지우갤 털어 칠판을 문지르고 걸레질을 하다

가만 들여다보니 교탁 테두리 선 사이로 내려앉은

먼지들! 허공이 착석한 채 떠나지 못한

이 흔적들, 일찍 끝난 가의 탓에

교수의 마음 밖으로 미처

뛰어나오지 못한 말들 같다

 

창밖의 화단으로 눈을 돌리니

바람이 좌정(座定)하다 간만큼의 무게로 흔들리는

저 자목련들! 중천에 허리를 곧추 세운

태양은 어느새 그 하늬바람 빗자루로

개나리 울타리에 올라앉은 잎사귀를 쓴다

겸사겸사 자잘한 금빛 편종들도 연주 한다

 

맞은 편 외떨어진 사과나무 아래에선

짓무른 돌사과가 지친 팔다리를

화단 흙 위에 내려놓는 중이다 서서히

의자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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