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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복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해설] 강화도 개펄에서 캐낸 말랑말랑한 힘 / 온전한 마음의 길을 펼쳐내는 개펄의 상상력

 

박용래 문학상과 제2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함민복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한국 서정시의 본류를 이어가는 대표적 시인으로 떠오르는 그가 강화도 생활을 시어에 담아냈다. 그곳에서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닷길, 거대한 수평선이 거만한 문명을 일순간에 지운다. 시인의 마음도 밀려오고 다시 밀려가는 바닷물의 흐름과 함께 깨끗이 비워지고 또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한 지 10, 그의 마음은 뻘밭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졌다.

 

시 또한 뻘밭에서 캐낸 듯 펄떡이는 시어들로 가득 차 있다. 시인은 개펄의 '몰골'이야말로 길의 원형이라고 말한다. 개펄은 강과 달리 사람들이 걸어가며 만들어낸 길과 물이 스스로 찾아간 길이 결합되어 이루어진다. 이처럼 생명이 자리잡고 있는 부드러운 수평선은, 위로만 가려고 하는 인류의 욕망과 대비되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말랑말랑한 힘을 상기시켜준다.

 

또한 시인은 물길만 보지 않는다. 바다에서 눈을 돌려 하늘을 보면, 거기에는 살아 우는 글자를 찍으며 날아가는 기러기들도 있는 것이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에서 들을 만한 소리는 기러기 소리다. 하늘에서 나무대문 열리는 소리가 나 나가보면 수십, 수백 마리 기러기가 하늘에 글자를 쓰며 날아간다. 살아 우는 글자. 장관이다.” 의지만으로 개척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의 길이라면 개펄의 물골과 새들이 나는 하늘길과 같은 자연의 길은 우리가 바라보고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말랑말랑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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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제2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 함민복(43)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5시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5층 민음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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