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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게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문예 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주관하는 ‘제2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채호기씨(45·문학과지성사 대표)가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수련’(문학과지성사)이다. 채씨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와 대전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 ‘지독한 사랑’ ‘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시상식은 12월10일 민음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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