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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백주은
세상이 하 수상하여
도 닦는 기분으로 두문불출,
면벽하다 간만에 집을 나섰더니
거리에서 누가 묻는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길에서 마주 서 있는 사람에게
이 무슨 어색한 질문일까.
점잖게 타이르려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는 질문과
놀거나 쉬고 있다는 대답들이
그 무슨 시류가 된 듯싶네.
하 수상한 세월 탓에
사람들이 마음을 비워버린 것일까?
주고받는 대화들이 온통
선문답(禪問答)이 아니면 동문서답형이니
시대가 만드는 게 영웅만은 아닌가 싶네.
그래 세월이여 흘러가거라.
풍파여, 부서지거라.
이 몸은 남겠노라, 나의 벽 앞에
제1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백주은씨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민음사)가 선정됐다.
지난 83년 단편소설 「어떤 귀향」으로 등단한 백씨는 방송평론 등으로 활약해 오다 올해 처음 발표한 시집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쓰고 싶었던 소재들을 시라는 개념보다는 쓸 거리, 읽을거리 개념으로 썼다"며 "독자들에게 이 시집이 소화제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심사진은 "백씨의 시는 독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언어의 유희를 배제하고 있으며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세계에 대한 넉넉한 인식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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