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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우럭을 굽다가 / 문정완

- 울진 망양정

 

한 사내가 손아귀 칼자루의 권세를 쥐락펴락한다

칼날이 빗금을 쭉 긋자

도마 위에 정수리부터 배꼽까지 칼집이 생긴다

 

우럭 한 마리가

배가 갈라져 내장을 다 쏟아낸 줄도 모르고 꼬리지느러미를 퍼덕인다.

한 바가지 물을 끼얹어 내장과 피를 씻어내는데도

우럭은 마지막 물질인줄 아는 것일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여전히 우륵은 아가미를 열고 오므린다

힘겹다 곧 바닥날 숨

 

끈을 놓는 다는 것은 어느 것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한 호흡 같은 저 숨결로

우럭은 태평양을 끌어다 대서양으로

대서양을 끌어다 태평양으로

질풍노도의 한 생을 끌고 다녔다

 

흰 접시에 운구 되어 온 우럭이 석쇠에 누웠다

몸 밑에서 숯불이 벌겋게 솟아오른다

한 생이 저렇게 뜨거웠다

아무것도 남아있지도 않은 가벼운 몸이 들썩거린다

점점 비워지는 기억이 물이 빠진다

바다를 떠올리는 꼬리지느러미가 연신 자맥질이다

 

석쇠가 바다인줄 아는 우럭

몸에서 밀물이 빠져나가자 딱딱한 바닥을 드러낸다

흰 갈비뼈가 살점을 비워내자

연혁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가열했던 불꽃이 사그라진다.

석쇠에서 우럭이 지워지고 살점 없는 뼈들이 주방으로 돌아간다

까만 봉다리에 한 생의 그림자가 쓸어 담긴다

쟁반 위 우럭의 머리통

아랫도리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눈알에 바다가 한 채 덩그러니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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