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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연協演 / 조성연


  우리가 채록한 땅의 악보 어디쯤인가
  쟁기로 그린 오선이 모퉁이를 돌고 들을 지나
  귀에 딱지 앉은 너름새는 시간의 마디에 늘임표를 찍는다
  이랴
  두툼한 길을 갈 때마다 너의 육중한 발자국 소리
  땅 밑까지 울리는 저음에 귀를 기울이면
  되돌아오는 악절 어느 후렴에서는 함께 자갈을 넘는
  내 작은 발자국은 조금 느리게 두 박자다

  소 울음 같다는 짐작너머
  농자는 근본이라는 당연을 넘어

  음 고르지 못한 악장을 지날 때면
  보다 나은 악상을 위하여 찢어낸 몇 페이지에
  기억나는 선명한 멜로디가 가슴 아리다
  땅에선 언제나 묵은 저음이 자란다
  꾸밈음 넣지 않아도 채보 가능한 음역이 골짜기와 들을 건너
  미지를 가른다
  수레는 낡고 덜거덕거리지만 어느 줄 하나 당겨도
  질기면서 부드러운 겹음 낭낭하다 서로 조이고 늦추면서

  이랴
  바퀴에서조차 둥글게 풀려 나오는 악절
  시김새 곤한 아다지오 돌체 눕던 풀도 몸 일으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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