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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등대의 시 / 이병일

 

 

나는 검은 물기를 등줄기에 지고 안개 젖은 수평선을 바라본다
저만치 어스름의 저녁이 오고
내항선이 뭍으로 오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가장 먼 곳에서부터 첫 별이 뜨듯 나는 천천히 빛줄기를 세운다
 
나는 등 푸른 저녁이 온다고 우는 흑염소 새끼와
길 붉은 언덕의 풀꽃들이
벼랑을 기어오르는 해풍으로 꽃대를 세우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바다가 종일 파랑파랑하게 빛나는지 묻지 못했다
 
나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풍경을 읽기 시작한다
방어진 해녀가 물질하며 파도와 주고받는 이야기와
어둠이 삼켜 보이지 않는 것들마저 엿보게 되었다
그래도 모르는 척 지나가면서 폐선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어둠 저편에서 깜박거림을 켜는 화암추 등대였으니
밤바다를 건너는 물길의 하루마저 뭍의 세계로 건너가게 했다
투명하지만 차갑고 단단한 물결들을 통해
나는 말향고래의 신화를 모래톱 위에 켜켜이 풀어놓기도 했다
 
나 자신이 희고 아름다운 바다의 얼굴이 될 때
사계절 내내 어제의 피로가 쌓여 있는 밤의 물결 사이로
이쁜 해파리들의 꿈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달빛이 내 뒤통수를 쓰다듬을 때
나는 우아하고 부리가 긴 바닷새의 잠에 꿈을 심는다
 
그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새 삶이
바다와 등대 사이에서 시작된다고 불빛이 켜졌다 꺼졌다 했다

 

 

[심사평]

   제1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에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모해 왔다.
 전체 응모작 수준 또한 부문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었으나 전국 평균치를 웃도는 역작들이 많아 앞으로 이번 공모전이 더욱 열기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시조 부문에서는 상투적이거나 생경한 언어가 시적 분위기를 해치는 작품을 예선에서 걸러내고, 폭 넓은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내면세계에 대한 천착과 시적 긴장감이 있는 우수작을 선정해 심사의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등대의 시'를 최우수작으로, '노인과 바다'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수필 부문에서는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9편을 대상으로, 지역성과 향토성을 바탕으로 바다의 이미지와 삶을 연관시킨 미적구조가 어떻게 펼쳐져 있는 가를 심사의 기준으로 삼았으며, 심사위원간의 합평과 재독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그 중 소재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는 '조금새끼'와 '비나리'를 우수작으로 선정한 후,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문장력, 참신한 소재발굴, 바다에 대한 깊은 해석력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조금새끼'를 최우수작으로 '비나리'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대체적으로 글의 기본인 문장력이 탄탄하거나 소재 장악력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응모작을 여러 번 숙독한 결과 최종적으로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이 '실종', '고래사냥', '여름의 끝', '바다가 준 선물' 등 네 편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탄탄한 문장고 소재 장악력 등 많은 장점이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바다에 대한 천착이 부족하거나, 구성의 긴장감이 미흡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 더욱 분발을 기대해 본다.
 대상작은 각 부문 최우수작을 중심으로 심사위원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수필 '조금새끼'를 선정했다.
 해운항만청과 해운 항만공사가 주최하고, 울산신문사와 울산문인협회가 주관하는 등대문학상 공모전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 바다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증폭시킬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한국해양문학의 발전에 큰 획을 긋는 공모전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끝으로 제1회 등대문학상 공모전에 입선하신 분께는 축하를 낙선한 분께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단
 


[부문별 입상자 명단]

 
■시/시조 부문
최우수상 '등대의 시'(이병일·서울 도봉구)
우수상 '노인과 바다'(엄미영·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가작 '어머니의 바다'(류현서·울산시 남구)
가작 '처녀출항'(김동관·울산시 중구)
가작 '울산 포구'(김갑주·울주군 범서읍)
가작 '바다 맛, 그리고'(김미영·울산시 남구)
가작 '등대(부제-당신을 기다리며)'(김수빈·울산시 북구)
가작 '등대'(박인관·경북 경주시 산내면)
가작 '바다의 혼불이여 날갯짓이여'(하순호·울산시 남구)
가작 '자물쇠 곳간'(제인자·울산시 남구)
가작 '등댓불 아버지'(성희경·부산시 해운대구)
가작 '바다의 위로'(최민정·울산시 동구)
가작 '바다풍경'(서순옥·울산시 남구)
가작 '울기등대'(박동환·울주군 온산읍)
가작 '등대'(김숲·울산시 동구)
가작 '등대와 배'(이미희·울산시 남구)
가작 '등대도 슬도도 울지 못하고'(김영숙·울산시 동구)
가작 '먼 바다를 돌아서'(이정민·울산시 남구)
가작 '고래 포의 전설'(백동진·울주군 범서읍)
가작 '등대는 달빛에 잠들고'(함영옥·울산시 북구)
가작 '방어진 등대불'(송봉채·부산 해운대구)
가작 '돛배를 띄우다'(최정희·경기도 이천시)
가작 '간절곶 등대'(박미향·경남 사천시 삼남면)'
가작 '아귀의 바다'(한산월·울산시 남구)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copyzig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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