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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오면 / 신동훈

 

유월이 오면

국화꽃 한 아름 새하얀 아내는

 

유성가는 길

계룡대 엄마 아빠 비석 앞에서

 

세월에 씻기고 닳아

학보다 여윈 얼굴로 가슴앓이를 한다

 

바라보는 나도

중병을 앓는다

 

 

 

 

 

 

할아버지가 보낸 엽서 / 김상규

 

발이 무거워진다.

내가 지나친 산은 매양 앓은 소리를 내고, 발꿈치를 몰고 가는

돌부리마저 끝엔 돌비알이 되어 거푸집에 갇힌 메아리를 낸다.

가슴에 산모롱이를 둘러매고 가는 길엔 해빙기(解氷期) 같은

산맥이 나와 몇 안 남은 상수리나무를 훑어 읽고, 학도병(學徒

兵)은 경대에 닻별처럼 앉아 기다릴 새색시를 생각하며 밤안개

에 잇몸을 닦는다.

 

너는 소리가 소리를 지우며

탄알에 박히는

맨 가슴을 보았느냐.

 

밤에 흐르는 별은 사람의 눈꺼풀을 무겁게 한다. 학도병의 무

거운 눈꺼풀 위에서 상씨름 하던 안개가 걷히는데, 나는 전후

의 푸른 손목에 말없이 태극기를 감싸주었다.

 

짝 못 찾은 상수리 꽃가루가 태극기에 내려앉아 허공을 딛는다.

 

너는 무거운 발아래 밟히는 것이

나라 땅의 낯빛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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