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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이성제
- 한탄강 哀史
아버지는 음복술에 취해
漢灘江이 아니라 恨歎江이라고
한참을 흐느껴 우시다가
강변 자갈밭에 모로 쓰러져 잠드시고
까닭 없이 죄스러운 나는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 1950년 초봄, 심야. 인민군의 눈을 피해 조심조심 배를 저어 남쪽으로 향하던 북녘 사람들, 그 속에 끼인 아홉 살 소년과 갓 돌을 지난 그의 동생.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갓난아기, 고막을 찢을 듯한 따발총 소리. 이러다가 다 죽게 생겼으니 아기를 얼른 강물에 빠뜨리라는 이웃들의 다급한 성화, 엉겁결에 동생을 물에 집어넣는 형. 강을 무사히 건너와 보니 아기는 물고기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嬰兒의 목숨을 앗아간 곳
아홉 살 소년이 살인을 저지른 곳
강물은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데
풍경의 넋을 싣고 저리도 태연히 흘러가는데
대낮부터 엉망으로 취한 아버지는 연신
漢灘江이 아니라 恨歎江이라고 잠꼬대를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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