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숙박비 사만 오천 원 / 박혜란
하룻밤 숙박비 사만 오천 원짜리
전날밤의 뜨거운 정액 내음만 식지 않은 채
쿰쿰 시큼하게 가득 찬 싸구려 모텔 방에 불이 켜지고,
양손에는 울엄마 손 잡고 장 보던 날처럼
한 보따리 가득 무거운 시름만 검게 들려있다
손에 들린 짐을 방 안으로
지우개 때처럼 흩쳐놓고서
욕실 등을 예민하게 켜본다
욕조에 뜨끈한 소주 한 바다 채워놓고
어느 복숭아의 엉덩이 같은 알몸으로
욕조 안에 나를 구겨넣는다
삭제 버튼같은 수면제 네 알을 삼키고
하얀 선으로 내 목을 감아
영원한 순간과 현재를 방랑하던
나는 바위 앞에 곧 부서져버릴 파도였다
컹컹대는 개마냥 올가미에서 목을 내리고
숨을 담담히 몰아쉰다
그러고는 쓸쓸한 가방에 공허한 마음 한 줌 담는다
덜그럭거리는 가방을 끌고 이 빠진 계단을
울컥울컥 내려온다
사랑하는 한 여인의 향수 냄새 가득한
그 방의 거울에 나는 잠시 구름이겠다
메모해둔다
그 여인 앉았던 데워진 마음 한 구석이 잘린다
머물렀던 가슴에 향수만이 눅눅하게
남아, 눈이 뜨겁다
아직도 네온사인 번뜩이는 그 길을
녹슨 발로 성큼성큼 헤매다,
도착한 모텔 앞
사만 오천 원짜리 방 한 칸에 고단한 설움을 꾹꾹 담아
녹록한 몸을 욕조에 뉘인다
욕실 안은 담배연기 섞인 뿌연 수증기만 무겁게 맴돌고
잠은 오지 않는다
컴컴한 그 날 새벽, 나는 나를 잃고
한 여인을 잃은 녹슨 고철깡통 하나였다
전날밤의 뜨거운 정액 내음만 식지 않은 채
쿰쿰 시큼하게 가득 찬 싸구려 모텔 방에 불이 켜지고,
양손에는 울엄마 손 잡고 장 보던 날처럼
한 보따리 가득 무거운 시름만 검게 들려있다
손에 들린 짐을 방 안으로
지우개 때처럼 흩쳐놓고서
욕실 등을 예민하게 켜본다
욕조에 뜨끈한 소주 한 바다 채워놓고
어느 복숭아의 엉덩이 같은 알몸으로
욕조 안에 나를 구겨넣는다
삭제 버튼같은 수면제 네 알을 삼키고
하얀 선으로 내 목을 감아
영원한 순간과 현재를 방랑하던
나는 바위 앞에 곧 부서져버릴 파도였다
컹컹대는 개마냥 올가미에서 목을 내리고
숨을 담담히 몰아쉰다
그러고는 쓸쓸한 가방에 공허한 마음 한 줌 담는다
덜그럭거리는 가방을 끌고 이 빠진 계단을
울컥울컥 내려온다
사랑하는 한 여인의 향수 냄새 가득한
그 방의 거울에 나는 잠시 구름이겠다
메모해둔다
그 여인 앉았던 데워진 마음 한 구석이 잘린다
머물렀던 가슴에 향수만이 눅눅하게
남아, 눈이 뜨겁다
아직도 네온사인 번뜩이는 그 길을
녹슨 발로 성큼성큼 헤매다,
도착한 모텔 앞
사만 오천 원짜리 방 한 칸에 고단한 설움을 꾹꾹 담아
녹록한 몸을 욕조에 뉘인다
욕실 안은 담배연기 섞인 뿌연 수증기만 무겁게 맴돌고
잠은 오지 않는다
컴컴한 그 날 새벽, 나는 나를 잃고
한 여인을 잃은 녹슨 고철깡통 하나였다
'국내 문학상 > 민들레예술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3회 민들레예술문학상 (0) | 2017.10.01 |
---|---|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 (0) | 2014.05.28 |
제1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 (0) | 2012.11.16 |
제1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우수상 (0) | 2012.11.16 |
제1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최우수상 (0) | 2012.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