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선작 없음

 

 

 

* 가작

바다 / 신진용(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늙은 밤의 기침소리에 잠을 깼다

쿵쿵 소리 내며 돌아가는 하늘의 회전축엔

갈라진 목마름이 가득하지만

노래로 가득 찬 어느 부두에선가

낡은 櫓는 이를 갈고

팽팽해진 돛이 빰을 때린다

 

바다 깊이 던져놓은 그물들은 성기지만 단단하다

부리가 긴 새들은 검은 아가리를 헤집어 먹이를 찾고

거품을 비집고 나온 파도는

익사체를 입에 문 채 눈을 껌벅이는데

밀물은 물갈퀴를 좁게 오므리고

재갈 같은 부표를 뒤집어 놓는다

 

어둠이 녹아들 곳은 애주가의 수염뿐이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큼지막한 망태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별 한 마리가

뾰족한 아가미를 퍼덕이며 소금기를 토한다

짜디짠 표백제가 하늘에 흩뿌려지는 순간

만선한 새벽이 부두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데

 

포장마차 주인은 수족관에 납작 엎드린 항구를 잡아

도마 위에 패대기쳐 놓았다

비로소 바다의 능선이 드러나고

침묵한 사원이 활기를 찾을 것이다

 

누구일까? 첫 물길에 발자국을 찍을 이는?

 

 

 

* 가작

어부바 / 오병량(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기력이 다한 태양을 사내들이 털어내며

공사장을 나오고 있었다

연장통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 모인 사람들

야윈 그림자보다 더 누추한

사내 하나가 눈에 닿은 것은

오직 등에 간신히 멘 분홍색 가방 때문이었다

그는 오로지 앞만 보고 있었다

딸애가 보채며 사내의 어깨를 잡는 것 같았고

가슴팍에 닿은 가방 끈 안으로 비벼 넣은 양손이

마치 등에 업힌 딸애의 손목을 간질이는 듯도 했다

힘에 부쳤는지 한두 번 몸을 치켜 올렸다

그때마다 스르르 올라가는 원피스 사이로

소녀의 수줍은 엉덩이가 드러났다

사내의 잔등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몰래 치마를 내려줘야 하나

그들의 그림자가 내 발치에 닿아있어

걸음을 딛기가 민망했다

한 무리의 비둘기가 날아와

입 밖으로 꼬르륵 소리를 낸다

오늘은 무슨 반찬, 딸애가 그리 물으면

사내는 무어라 답할까

혹, 개구리반찬

 

날 수 없는 하늘이 높아

잘린 발을 쪼아대는 비둘기

배가 부르다

눈을 감으면 잠긴 눈꺼풀 사이로

붉게 비치는 소녀의 엉덩이

햇볕이 두 볼의 언저리에 내려앉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