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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2003년 가을호 신인상 당선작


마늘까는 여자 / 채상우


 그 여자 마늘 까는 여자 녹슨 놋쇠대접만한 손으로 궁시렁궁시렁 마늘까는

여자 삼칠일 지나고 하루 지나도록 아무도  그 여자 얼굴 본 적 없다네  던킨

도너츠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 떠억 하니 세워진  덤프 트럭  시푸른 차일 속

비스듬히 돌아 앉아 하루죙일 마늘만 까는 여자 사타구니 쩌억 벌리고 그 안

가득

  마늘만 까대는 여자 육쪽마늘 한 접에 오천 원 팻말만 붙여 놓곤 손님이 와

도 시큰둥 내다보지도 않는 여자  미어터지도록 깐 마늘 담은 비닐봉지 누가

슬쩍 집어 가건 말건 그 여자 무심한 여자 곰 같은 여자 벌써

  삼칠일 하고도 하루가 지났건만  아찔한 마늘 냄새 풀풀 날리는 토굴 속 웅

크리고 앉아 육차선이 흘러 넘치도록  마늘만 까는 여자  사람들이야 퇴근을

하건 말건 주절주절 또 하루 저물도록 마늘 까는 여자  그 여자 귀신일까  사

람일까 귀신은

  아닐 거야 마늘 까는 귀신 본 적 있남  아님 정말 곰인가  그래 곰이니까 삼

칠일 하고도 하루 지나도록 마늘만 까대지  그러고도 암시렇지도 않지  곰이

니까 말야 곰이니까 마늘만 까먹고도 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지 우리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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